李대통령 北조문단 면담 전문가 진단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북한 특사조문단을 면담, 조문단이 들고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받고 자신의 메시지를 조문단에 건네준 것은 두 메시지의 구체적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양측의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이었을지라도 남북 당국간 대화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남북정상간 간접대화를 통해 전반적으로 대화.화해의 분위기를 만듦으로써 앞으로 남북 당국간 어떤 수준, 어떤 형식의 대화도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대화가 열릴 때마다 나오는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거나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등의 말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왔다.

북한의 조문단장인 김기남 당비서도 22일 김덕룡 대통령국민통합특보, 임동원, 정세현, 정동영, 이종석 전 통일장관, 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대화에 장애물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며 “석자 얼음이 하루아침에 다 녹을 수야 있겠는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전반적인 모양새는 괜찮다. 현정은 회장 방북 이후 합의 내용에 대해 우리 정부는 대부분 추인하면서 추진하는 상황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북쪽도 적극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제 북한은 남북관계를 관리하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금강산 관광 등 앞으로 있을 여러 남북간 협력사업을 위한 환경이 만들어졌고, 남북 최고위층의 간접대화를 통해 향후 어떤 형식의 대화도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최근 북한은 남한과 대화의 중요성,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보인다. 내부적으로 경제문제도 심각하겠지만 새로운 후계구도를 만들어가기 위해선 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후계구도의 큰 틀이 잡혀가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어떤 결과를 내놓아야 후계구도가 안착할 수 있다. 그런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면 북한은 실리적인 측면을 찾을 수밖에 없다.

대외 위협 등을 통해 명분을 쌓아 후계구도를 만들어 갔다면, 이제는 실리로써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식 대북정책과 새로운 북한의 실리적 접근이 어느 정도 새로운 틀을 갖춰나가는 형태가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등 현정은 회장이 북측과 합의한 5가지 사항을 당장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남북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은 풀어나가고, 남북 사이에만 해결될 수 없는 핵문제나 국제사회의 공조 등의 문제는 입체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으로 남북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남북관계 전망은 ‘일단 파란불’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해 남쪽 의중을 전달했고, 북측 조문단이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해 김 국방위원장의 의중을 전달했다. 당장 접점을 찾기는 어렵지만 의견 교환을 통해 경색 국면을 돌파할 계기가 마련됐다.

앞으로 남북관계는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지만, 북미관계의 진전을 넘어서는 정도까지 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 좋아지면서 북측의 자신감이 반영돼 앞으로 북한이 적극적인 평화공세를 펼 가능성이 있다. 그것을 우리 정부가 어떻게 소화하는가가 중요하다. 북한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면서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려 할 것이다. 이는 남북관계의 실리적 측면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적극 대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공세에 대한 평가가 아직 안 끝났다. 입장 정리가 좀더 필요한 것 같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성과 중심의 남북관계로 갈 가능성이 높다. 북미관계는 가을부터 풀릴 것으로 보이며, 금강산관광 등 단절됐던 경협에서 속도를 낼 것이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은 중장기적으로는 쓸 수 없는 카드다. 따라서 북한은 지금의 북미.남북 관계 전환 국면에선 통미봉남을 뛰어넘어 ‘통미통남’으로 가자는 전략일 수 있다. 조문 국면에서 북한이 적극성을 띤 이유다. 북한은 그 성과를 미국과 대화에서 동력으로 활용할 것이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 = 북한은 최근 대내적 어려움과 대외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세적으로 대외관계를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현정은 현대회장의 방북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여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중요한 전기가 마련됐다.

북한은 조문단 방문을 적극적, 공세적으로 활용했다. 우리 정부는 상대적으로 준비가 적었던 것 같다. 북한은 최고위급 특사를 보내 입장을 전달하고 탐색했다. 이번 면담은 기본적으로 서로의 원칙적 입장이 전해진 면담이다. 단기적으로 뚜렷한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북한은 대외관계를 전향적, 적극적으로 관리해 가려는 자세를 당분간 지속할 것이다. 특히 북미관계는 일정한 진전 가능성이 보인다. 보조를 맞춘다는 측면에서 향후 남북관계는 일정하게 관리해 나갈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현대와 북측간 5개항의 합의가 대부분 이행되면서 최소한 박왕자씨 피격사망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게 바람직하다. 근본적인 진전을 위해선 핵문제의 실질적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핵문제 해결을 촉진하기 위해 전향적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북한도 핵문제의 진전이 있어야 남북관계의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쌍방이 접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비록 이번 면담에서 양측이 원론적 입장을 개진했더라도 일정하게 진전시킬 여지가 있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역시 현대와 북한간 합의문 중에서 특히 이산가족, 금강산 관광이 쌍방 의지를 시험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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