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北뺀 5개국 비핵화방법 도출해야”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과 관련해 “과거 방식대로 6자 회담을 그대로 갖고 가는 것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해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로 발행된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이번에 북한 비핵화와 같은 목표 아래 어떤 방법을 도출해야 할지 일치된 견해를 찾을 필요가 있다. 그 이후에 6자 회담이 성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 “유엔 결의안이 끝났으므로 다음 단계에 대한 준비를 5개국이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나서 원하는 게 무엇일지, 핵을 포기하면 않으면 안 되는 여러 가지 조치를 5개국이 함께 의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현재의 6자 회담 틀과 방식이 실효성을 잃었다는 현실 인식을 전제로 북한을 뺀 나머지 5개국이 선제적인 조치를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압박해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 대통령은 오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조치를 우리 5개국이 한 번 모여 협의하자는 방안을 미국 대통령에게 요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대통령은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하자는 것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경협 지속 여부와 관련, 이 대통령은 “개성공단은 가능하면 유지해 나가는 것이 좋다. 남북 간 협력뿐 아니라 대화의 창구가 될 수 있다”면서 “북한 경제가 상당히 어려운데 4만 명이라는 북한 여성근로자들이 일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적 도움이 된다”고 긍정적 견해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만일 개성공단이 단절되면 우리 기업도 피해를 보겠지만 북한 주민 4만 명이 일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런 면에서 개성공단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북한이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를 억류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분명한 잘못이고 약속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고, 우리 민간기업들이 북한의 임금 인상 요구 등에 반발하는 데 대해서도 “북한이 기업들에 무리한 요구를 하면 기업들은 떠날 수밖에 없고 그것을 우리가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다중적 차원의 대북 메시지를 던진 것은 최근 남북 간 개성공단 관련 협상이 인도적 차원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북측이 무리한 요구를 계속해 남측 기업들이 개성공단 내 사업을 자율적으로 포기한다면 모든 책임은 북한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미국이 한미 FTA 문제를 업종과 관련된 미시적 부분에 초점을 맞춰 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한미 FTA는 양국 간 경제뿐 아니라 동북아, 나아가 아시아 전체에 대한 전략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비준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군이 주둔 중인 아프가니스탄 지원 문제와 관련, 이 대통령은 “우리가 만일 아프가니스탄 등지에 참여한다면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에게 도움되는 평화적 사업에 참여할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가 과거에 받던 남에게 도움을 주는 세계 국가의 일원으로 그렇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ODA(공적개발원조) 기금도 많이 늘려서 후진국 지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한다는 의미에서 아프가니스탄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이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이제 우리는 북한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됐다”고 말했고, 북한의 핵 보유 시도가 다른 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핵을 보유하고자 하는 나라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본다. 북핵은 자칫 잘못하면 소형 핵무기로 인한 핵 테러 위협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핵 보유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웃으면서 “현재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번 인터뷰는 전날 오전 월스트리트 저널 메리 키셀 논설주간 등이 청와대로 찾아와 1시간여 동안 이뤄졌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