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당선인 美북핵전문가 접견…`통역 필요없어’

“스칼라피노 교수님은 전에 뵐 때보다 더 젊어지신 것 같습니다” “당선 축하드립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4일 오전 미국 유력인사 접견은 친목모임과 같이 화기애애하게 시작됐으나 ‘북핵문제’라는 무거운 주제를 반영하듯 본격적인 토론이 진행되면서 심각한 분위기로 급변했다.

이날 접견장에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폴 울포위츠 전 국방차관, 로버트 스칼라피노 버클리대 명예교수, 스티븐 솔라즈 전 하원 아.태소위원장,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협상 대표, 피터 갈브레이스 전 크로아티아 대사,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 등 내로라 하는 ‘북핵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회동의 ‘무게감’을 느끼게 했다.

이 당선인측에서도 ‘외교통’인 정몽준 의원과 박 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통일분과위 간사를 비롯해 김우상 연세대 교수, 남성욱 고려대 교수,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 권종락 당선인 외교보좌역 등 외교.안보 분야 핵심브레인들이 모두 자리를 함께 했다.

대부분 과거 친분이 있던 인사들이 모인 자리여서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기 전 분위기는 밝았다.

이 당선인은 참석자들과 영어로 직접 인사말을 주고받으면서 일일이 악수를 하고, 일부 인사들과는 포옹을 하는 등 친근감을 표시했으며, 미국측 인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한목소리로 “(당선) 축하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접견자리를 한바퀴 돌며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은 이 당선인은 “뵙게 돼서 반갑다”면서 한국측 참석자들을 미국 인사들에게 소개했다. 그는 특히 정몽준 의원을 소개하면서 “한나라당에 조인(join,입당)해서 큰 힘이 되고 있다. 제 길로 잘 왔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어 미국측 인사들과도 일일이 인사말을 나눴다. 먼저 자신의 옆에 앉은 페리 전 장관에게 “아주 건강해 보인다”며 덕담을 건넸으며, 이어 갈루치 전 대표에 대해서는 “남북간 (북핵문제 논의가) 진행돼서 더 감회가 깊을 것으로 생각된다. (북미 제네바 합의가 이뤄진) 그 때가 아마 1994년이었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솔라즈 전 위원장에 대해 “(미 하원) 아태위원장을 하셔서 한국 사람들 중에 모르는 이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고 버시바우 대사에게는 “어려울 때 오셔서 일을 잘해서 한국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 부인이 인기가 더 좋다고 하더라”면서 농담을 건넸다.

그는 특히 89세의 스칼라피노 교수를 바라보며 “전에 뵐 때보다 훨씬 더 젊어지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지난해 5월 방한한 스칼라피노 교수와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바 있다.

이 당선인은 이날 접견에서 미국 인사들의 답변에 대해 배석한 통역자가 통역을 하려 하자 때때로 손을 들어 제지한 뒤 직접 대화를 했으며, 미국측 참석자들도 직접 농담을 건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화의 주제가 북한 핵문제로 옮겨가자 접견장은 일순간 엄숙한 분위기로 돌변했다.

이 당선인은 “지난해 12월말까지 (북핵) 신고기한이 지났는데 앞으로 잘 될 것 같은가”라고 질문한 뒤 페리 전 장관이 답변을 하려 하자 기자단에게 양해를 구한 뒤 비공개 토론을 시작했다.

이날 접견은 당초 오전 9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되는 것으로 예정됐으나 1시간 30분 가량 이어져 심도있는 토론이 이뤄졌음을 감지케 했다.

배석한 이 당선인측 관계자는 “논쟁을 했다기보다는 서로에게 조언을 하는 유익한 자리였다”면서 “시종 진지한 분위기에서 북핵문제, 북한 인권문제, 개성공단 문제, 탈북자 문제, 이라크 에너지개발, 한미동맹 강화 등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