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당선인-힐, 접견서 무슨 얘기하나

동북아 순방길에 오르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오는 10일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만남은 힐 차관보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당선 뒤 처음 만나는 자리인 만큼 북핵 문제는 물론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포함한 한미관계와 동북아 정세 전반에 걸쳐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당선인은 한나라당 대선 유력후보 시절인 지난해 2월 힐 차관보를 만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힐 차관보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인수위 관계자는 “특사 자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선을 그었다.

미 국무부 측에서 이번 동북아 순방이 ‘통상적인 방문’이라고 밝힌 만큼 힐 차관보는 동아태 담당 차관보로서 자연스럽게 주요 관할국가인 한국의 차기 대통령을 만나 향후 한.미 관계의 바람직한 방향의 모색이나 북한 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책 전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 당선인이 ‘이명박 방식’의 새로운 한국 외교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측도 이 당선인의 철학과 외교노선을 파악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힐 차관보는 이 당선인 예방, 그리고 그의 핵심 외교참모들과의 만남을 통해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과 다른 차기 한국 정부의 ‘실용외교’ 정책의 골자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소식통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 북한과 중국을 중시하는 외교 스타일로 한미관계가 내용 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으면서 정서적으로는 이질감을 노정하곤 했다”면서 “미국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하는 이명박 당선인의 등장을 계기로 한미동맹의 새로운 국면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당선인이 지난 10년간 유지돼온 ‘햇볕정책’의 근간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과 관련해 차기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가 미국측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정부 이후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정책의 근간이었던 햇볕정책이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외교정책으로 탈바꿈할 경우 미국의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6자회담을 중심으로 한 협상 기조를 차기 정부에서도 유지해나가겠다는 입장을 이 당선인 측이 여러 차례 밝혀왔다는 점에서 기존의 한.미 협조관계가 재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안인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를 가급적 ‘완전하고도 충분한’ 방식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의 협력체제 구축이 당장 필요한 상황이다.

또 노무현 정부 후반기에 추진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 주한미군 재배치 및 전략적 유연성 합의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서도 양측간 협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이 아직 상당 기일 남아있고 정권 인수인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속깊은 얘기가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신 조지 부시 대통령의 관심을 환기하는 메시지가 전달되고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방문 계획 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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