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당선인-힐 면담 `화기애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의 10일 면담은 시종 화기애애하고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 당선인은 지난달 당선 직후 한반도 주변 4강 주한대사들의 예방을 받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와도 국제전화로 통화를 하는 등 외교무대에 선을 보였다.

그러나 당시는 대선 축하를 겸한 상견례 차원이었다면 이날 면담은 힐 차관보가 특사는 아니지만 부시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갖고 오는 등 사실상 특사 자격으로 방문했다는 점에서 공식 외교 행보의 첫 시험무대라는 의미가 컸다.

힐 차관보 입장에서도 북핵문제를 둘러싼 6자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10년만의 정권교체에 따른 새 정부의 외교기조나 대북정책의 변화 등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듯한 태도였다.

이 당선인은 이날 만남에서 그의 `실용외교’ 구상을 설명하고 북핵문제 해결과 6자회담에서 한.미간 공동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한.미간 전통적 우호관계의 복원 및 공고화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공개한 이날 모두발언은 개인적 친분을 거론하는 등 웃음이 묻어나는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 당선인은 별도 통역없이 직접 대화를 나눌 정도의 영어실력을 `과시’했다.

이 당선인은 접견실에 들어선 뒤 힐 차관보를 향해 “다시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했고, 헨리 해거드 주한 미 대사관 1등 서기관에게도 “선거 때 고생했다”고 격려했다.

이에 힐 차관보는 “제가 주한미국 대사로 있을 때 당선인이 저를 서울명예시민으로 해준 것을 잊지 못하고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말한 뒤 “제 딸도 서울광장에서 스케이트 타던 일을 있지 못한다. 그 때 제 딸이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많이 이용한 사람으로 선정됐던 것을 지금도 얘기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당선인이 “따님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미국으로 돌아가서 대학을 졸업하고 보스턴에서 일하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하기도 했다.

힐 차관보는 이어 “지난주 금요일 부시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동안 한국에 대해서만 대화를 나눴다”며 “부시 대통령은 당선인과의 (지난달) 통화를 매우 즐거워했다”고 친근감을 표시했다. 또 갑자기 골프 얘기를 꺼내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굿(good) 골퍼’라기보다는 `패스터(faster) 골퍼’다. 18홀을 금방 돈다”고 말하기도 했다.

뒤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 힐 차관보는 부시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하면서 취임식 사절단을 언급하는 등 공식적인 대화로 넘어갔다.

힐 차관보는 “부시 대통령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문을 연 뒤 “빠른 시간 안에 미국을 방문해서 대화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이 당선인의 방미를 공식 초청했고, 이 당선인은 “부시 대통령의 조기 방미를 위한 각별한 초청에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힐 차관보는 이어 “취임 경축 사절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보낼 계획이 있다”고 전했고, 이 당선인은 “대단히 환영한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문제와 핵폐기 문제도 화두에 올랐다.

이 당선인은 “북한 인권문제는 전략적 차원이 아니라 인류적, 보편적 가치에 입각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힐 차관보는 북핵문제와 관련, “새 정부 출범 전에 핵문제에 관한 완전한 신고절차가 이뤄지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폐기단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면담은 힐 차관보가 “(양국의) 두 대통령이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서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갖기를 기대한다”고 재차 조속한 방미 초청의사를 피력하면서 45분여만에 마무리됐다.

면담에는 당선인 대미특사로 선임된 정몽준 의원과 박진 인수위 간사, 주호영 대변인, 임태희 비서실장, 권종락 당선인 보좌역이, 미측에서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 대사, 폴 헨리 미 NSC 6자회담 담당과장,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 등이 참석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