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국방-장수만 차관 ‘불편한 동거’

군 출신인 이상희 국방장관과 정통 경제관료로 잔뼈가 굵은 장수만 국방차관이 국방예산안 삭감 여부를 놓고 심각한 마찰을 빚은 것으로 26일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년도 국방예산이 7.9%가량 늘어나야 한다는 이 장관의 견해와 3.4~3.8% 증가로도 충분하다는 장 차관의 의견이 대립한 것이다.

특히 이 장관이 국방예산안 삭감에 반대하는 내용의 서한을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외교안보수석, 경제수석,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전달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두 사람의 ‘갈등’이 외부로까지 표출되는 양상이다.

이 장관은 서한에서 장 차관이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고 단독으로 청와대에 예산 삭감안을 보고 한데 대해 “차관의 행동이 자칫 일부 군인들에게는 하극상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표현까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장 차관은 지난달 25일 국방부 예산관련 워크숍을 주관하면서 “줄일 것이 있으면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 뒤 애초 11.5% 증액 편성된 내년도 방위력개선비를 5.5%가량 줄이는 안을 만들어 이달 초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이 장관이 차관에게 청와대에 보고한 자료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차관이 이를 거절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군 출신으로 ‘강성’인 장관과 경제부처 출신인 차관 간의 갈등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는게 군 안팎의 시각이다.

지난 1월 현정부 ‘실세’로 꼽히는 장 차관이 전격 부임하면서 국방예산과 국방조직, 국방개혁 분야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작년 3월 육사 졸업식 치사를 통해 “창의와 실용으로 무장해 낡은 관행과 비효율을 과감히 털어내야 한다”고 강조한 이후 경제부처 출신 차관이 임명되자 그가 대통령의 의지를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란 의견도 분분했다.

실제 장 차관은 국방개혁기본계획 수정안을 만드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해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국방개혁 전체 예산을 621조원에서 599조원으로 22조원을 줄이는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내년도 국방예산안이 7.9%에서 3.8% 증가로 낮춰질 경우 장병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긴요한 병영생활관 현대화와 군 의무체계 개선 등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장관이 서한을 통해 국방부에서 요청한 국방비 증가율이 3.8%로 감소되었을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과 제한사항을 나열하며 국방행정의 어려움을 간곡히 호소했다”며 “서한은 애초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보낸 것으로 청와대 참모들에게는 참고 목적으로 추가 발송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들은 이 장관의 서한이 공개되면서 장관과 차관 사이의 갈등이 외부로까지 비화하자 군내에 상당한 파문이 일 것으로 예측하는 분위기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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