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이 26일 의원총회에서 부결되면서 분당(分黨)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날 의총에는 이·김 의원 등 구당권파를 포함 13명 의원 전원 참석, 투표에는 7명이 참여해 6명 찬성, 1명이 기권해 제명안이 부결됐다.
정당법에 따라 당 소속 의원을 제명하려면 소속 의원 과반(7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제명안이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하면서 두 의원에 대한 제명은 없었던 일로 될 것으로 관측된다. 추후 열리는 중앙위에서 구당권파는 두 의원 제명 철회와 1, 2차 진상조사보고서 폐지안을 안건으로 올려 처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날 의총에서 당초 찬성할 것으로 예상됐던 중립성향의 김제남 의원이 기권표를 던지면서 제명안이 부결됐다. 김 의원은 지난 24일 의총에서 신당권파 측이 제명 안건을 표결에 부치려 하자 반대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명안에 찬성표를 던질테니 의총을 중앙위 다음으로 연기해달라”는 중재안을 내놨었다. 하지만 막상 표결에 들어가자 구당권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일각에서는 구당권파의 추천으로 비례대표에 당선된 김 의원이 구당권파를 ‘배신하겠냐’는 관측도 나왔었다.
이에 신당권파 측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고, 심상정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사태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신당권파 측 한 관계자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김 의원의 이 같은 결정에 매우 유감스럽다. 원내지도부 사퇴가 우리의 입장이다”고 말했다. 그는 분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만 했다.
심 원내대표 사퇴로 공백 상태가 된 원내지도부를 수적 우위를 점한 구당권파가 다시 접수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될 경우 통진당은 강기갑 대표 체제의 중앙당과 원내 지도부 간 ‘한 지붕 아래 두 권력’ 상태가 되는 것이다.
또한 신당권파가 추진하려는 ‘당내 패권주의’ ‘북한문제’ ‘주한미군 문제’ 등 당 혁신안 이행도 구당권파가 재조정하면서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연대 복원도 불투명해졌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구당권파가 당권을 잡으면 야권연대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구당권파가 다시 부활해 민주당이 통진당과 연대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상황변화에 따라 연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진당은 대의원과 중앙위원 분포가 중요한데, 주류가 주사파 세력”이라며 “신당권파가 당에 남아 목소리를 내게 되면 사사건건 부딪힐 게 분명하다. 본인들의 판단하지 않겠냐”며 분당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신 교수는 야권연대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론적으로 보면 민주당이 파기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안철수가 지지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야권연대라는 타이틀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