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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경선 공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당 지도부의 만류도 소용이 없다. 한나라당은 사실상 내전 상태다.
네거티브 공방으로 흥행에 실패한 ‘정책토론회’의 교훈도 양 진영에는 소용이 없다. 7월초 기선을 빼앗긴다면 되돌릴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거친 ‘말 전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박 후보 측은 좁혀지던 지지율 격차가 소강 상태에 빠지자 당황한 기색이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6월 ‘검증’ 공세로 한 몫 단단히 챙겼지만 최근 공세를 강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에 변화가 없다는 것에 조바심을 내고 있다. 그렇지만 역시 기댈 곳은 ‘검증’ 공세라는 전략에 수정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이 후보 측은 쏟아지던 각종 의혹들에 대응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분석에 따라 ‘무대응’으로 일관한다. 음해성 짙은 발언에 대해서는 각개격파에 나선다. 이런 전략이 대체로 맞아 떨어져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반등하고 있다.
“지도부 만류에도 이명박-박근혜 네거티브 총공세”
이들의 다툼을 지켜보는 지도부는 ‘벙어리 냉가슴’이다. 목표는 경선승리가 아닌 정권 창출이라고 설득하고 있지만 두 주자 측이 듣지 않으니 도리가 없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6일 “지금처럼 피아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싸우고 법에 호소하면 안 된다”면서 “경선일 이후에 하나로 합칠 수 있는 수준으로 되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캠프의 승리보다 정권교체가 최우선”이라며 “대선 패배하면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증 공방이 더 이상 악화될 경우 승리자나 패배자 모두 상처의 골이 깊어져 당의 분열로 치닫는 다면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는 이-박 캠프 밖 당원들의 목소리에서도 관측된다. 국회에서 만난 한나라당 당직자는 “본선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전투력을 상당부분 손실하고 있다”며 “이러다가 정권창출이 멀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도부와 당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명박-박근혜 측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 법정공방으로 전환됐다. 각 캠프측은 헤비급 선수들을 전면에 내세워 공방을 이어가 감정의 골은 깊어지고만 있는 상황이다.
이 후보측 대표선수는 박희태 선대위원장. 이 후보가 ‘무대응’ 전략을 지시해 직접적인 맞대응은 자제하며 ‘국가기관 연루설’을 주장, 주 공격대상을 전환했다. 이날도 국무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국무총리실을 점거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박 후보와 관련된 검증 자료의 유무에 대해 “서로 음해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우리쪽에서 많이 자제하고 있다는 점만 알아달라”고 말했다. 우리가 참고 있으니 너희들도 적당히 하라는 위협인 셈.
이 후보 측은 또 박 전 대표 측 홍사덕 위원장의 ‘전재산 헌납설’ 발언과 서청원 고문의 ‘도곡동 땅’ 발언이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된다며 중앙선관위에 조사요청서를 제출했다.
박 후보 측의 대표선수는 홍사덕 선대위원장. 그는 연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전 시장의 ‘부동산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이 전 시장의 직접해명을 촉구하고 있다.
박 후보 측은 도곡동 땅 차명 의혹을 비롯해 그 동안 제기됐던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요구했다. 이를 위해 캠프 관계자들은 대검찰청을 전격 방문, 검찰총장 면담도 고려 중이다. 여기에다 새롭게 ‘재산신고 누락 의혹’까지 지적하고 나섰다.
‘검증’공세에 매달리는 朴, 검증 물타기와 포용 이미지 강조할 李…최종승자는?
결과적으로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간 7월 검증 공방이 일단락되면 어느 정도 유력 후보의 윤곽이 나올 수 있다.
최근 답보상태에 있는 지지율도 재차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홍사덕 위원장은 “후보 지지도란 주가지수와 비슷하다. 오르다가 잠깐 멈출 수가 있는 것이다. 두고 봐라 7월 중순부터는 다시 오를 것이다”고 자신했다.
깜짝 ‘정책발표’가 기대되지 않는 만큼 지지율 상승의 효과는 ‘검증’ 네거티브 공세가 거의 유일한 셈이다. 이에 따라 19일 열리는 ‘후보검증 청문회’ 자리를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도 엿보인다.
반면, 이 후보 측은 박 후보 측의 ‘검증’ 공세에는 맞대응을 자제하면서 ‘국가기관 연루설’을 확산시켜 공세를 희석화하는 물타기 전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검증 룰’ 양보로 ‘당심’ 획득의 효과를 받던 만큼 직접적 공방을 자제하면서 포용 이미지를 넓혀 지지율 상승 효과를 가져오려는 목적도 엿보인다. 지키고 유지하면 이긴다는 계산이다. 여전히 ‘당심’과 ‘민심’ 모두를 자신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 두 후보간 다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국민들도 네거티브 공방에 실증을 넘어 짜증 섞인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 또 한번의 ‘흥행실패’ 조짐도 엿보인다.
이 경우 통합의 가속도를 내고 있는 범여권에 흥행카드가 넘어가는 반전의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