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 회동, 불안한 동거 대국민 안심 퍼포먼스?

“무조건 박 전 대표를 만나 당 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이명박 전 서울시장) “언제든지 이 전 시장을 만나겠다”(박근혜 전 대표)

분열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던 당내 갈등국면이 2일 이 전 시장의 화해 제스처에 박 전 대표가 긍정적으로 화답해 봉합의 수순을 밟고 있다. 빅2와 강재섭 대표는 4일 전격적으로 회동, 두 주자간 ‘단결’을 과시하는 대국민 퍼포먼스를 갖는다.

4∙25 재보선 당시 두 사람은 공동 유세 한 번 갖지 않았다. 분열의 골이 외부로 노출되는 시점에 두 대선 주자들이 서로 만남을 갖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공동유세 거부에 따른 재보선 패배의 책임론(박 전 대표)과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 언급에 따른 당 분열 책임론(이 전 시장) 공방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열의 불씨는 여전하다. 당 쇄신안은 물론 경선룰까지 서로간 의견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또 이 전 시장 측에서 강 대표의 중립성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제기할 것으로 보이고 박 전 대표 측에서도 검증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회동에 대해서도 당내에선 미봉책에 불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관계자 사이에선 “두 진영간의 본격적인 싸움은 시작도 안 했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경선룰과 관련, 이 전 시장은 국민 참여비율을 높여 국민과 당원 비율을5:5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반면 박 전 대표 진영은 합의를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 박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강 대표의 중립성도 양진영의 뜨거운 감자. 이재오 최고위원이 사퇴의사를 번복한 이유 중 하나가 강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더욱이 한나라당이 곧바로 착수하게 될 임명직 당직 개편, 공석인 두 최고위원 선출, 사고 당원협의회(옛 지구당) 정비, 대선 후보 경선관리위원회∙후보 검증위원회∙네거티브 감시위원회 구성 등이 모두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첨예하게 맞붙을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다.

강재섭-이명박-박근혜 3자 회동으로 일단 ‘봉합’ 국면으로 전환은 되겠지만 ‘당 쇄신안’과 경선 룰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이견이 분명해 당장 해법이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갈등의 불씨가 언제 확전 일로로 치달을지는 알 수 없다. 두 유력 대선후보를 거느린 한나라당이 여유는 커녕 국민마저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이-박 양진영의 싸움의 수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패배는 곧 죽음이라는 무대뽀 정신에 정책보다는 인식공격성 네거티브 전술에 의존해 지지율을 까먹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