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 저격수 나선 盧…대통령이 선거중립도 안해?

▲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에서 특강하는 노무현 대통령 ⓒ연합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하니 좀 끔찍하다”고 발언한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강연은 한마디로 ‘李·朴 집중공격’의 장이었다. 대선을 6개월 앞두고 대통령이 선거전 한복판에 뛰어든 것과 다름없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2시간의 강연을 마친 뒤 특강을 더 하겠다는 뜻을 밝혀 다시 2시간이 넘게 격정적 어조로 강연을 계속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대선출정식을 방불케 했다는 반응이다.

◆“李-朴 공약은 ‘초라’… 그들이 정권 잡으면 끔찍”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하니 좀 끔찍하다”는 발언은 대통령 스스로 ‘알갱이’라고 표현한 ‘2부 강연’에서 나왔다. “이(한나라당 집권이라는) 말은 입에 담기도 불순하지만 그래도 논리적 설명을 위해 부득이 쓸 수밖에 없는 가정”이라고 전제한 뒤였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무슨 일을 할까 예측하려면 전략을 봐야하는데 전략을 알 수가 없다”면서 “한가지 분명한 것은 무책임한 정당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략이 없는 공허한 공약’ ‘공약이라 할 것도 없고 미사여구’라는 표현과 함께 “요즘 그 당 후보들의 공약을 봐도 창조적인 전략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공약을 싸잡아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 전 시장의 ‘대운하’에 대해서는 “(재정을 줄이기 위해)민자로 한다고 하는데 어디 제 정신 가진 사람이 대운하 민자 투자를 하겠나”면서, 박 전 대표의 열차 페리는 “제가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타당성 없다는 결론을 내린 사업”이라며 비판했다.

이어 “세금 내리자는 것 말고는 아무런 전략도 없이 참여정부의 성과를 파탄이니 실패니 공격하는 것만으로 우리 경제를 세계적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진실”이라면서 “앞으로 토론이 본격화 되면 밑천이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 사업을 국가전략사업 공약으로 내놓은 것이라면 초라하다”면서 “지금은 전략적 공약이 나올 시기이지 한두건 개별사업을 내놓고 옥신각신 왈가왈부 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경제대통령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며 “참여정부의 어느 정책을 폐기할 건지 확실히 말해달라”면서 “별로 없을 거다. 자꾸 새로 찾으려 하지말고 책 많이 써놨으니까 그냥 베껴가라”고 자화자찬했다.

이어 “지금 경제를 파탄이라 이야기하고 7% 성장을 공약하는 사람들이 멀쩡하게 살아있는 경제를 자꾸 살리겠다고 한다”며 “걱정스럽다. 멀쩡한 사람에게 무슨 주사를 놓을지 무슨 약을 먹일지 불안하지 않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전략적인 공약, 공약다운 공약이 나오길 기대하겠다. 그런데 한나라당에 기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열린우리당에서 내놓길 기대한다”고 말을 이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연설 도중 “해외를 다니면서 받은 느낌은 지도자의 정통성이 국가위신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면서 “혹시 한국의 지도자가 다시 독재자의 딸이니 뭐니 이렇게”라고 말해 박 전 대표를 겨냥해 발언했다.

이에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자 “아니요, 잠시만요, 잠시만, 이거 오해입니다. 제가 그렇게 말한다는 것이 아니고 해외 신문에서 그렇게 나면 곤란하다 이런 얘깁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밤 7시 15분여까지 4시간 이상 계속된 강연은 언론공격과 참여정부 자화자찬 등의 내용을 포함해 A4 용지 40 페이지 남짓, 200자 원고지 340여장에 이르렀다.

◆李-朴 “국민 무시하는 궤변”… 범여권도 우려 목소리

한나라당 양대 대선주자들은 이에 강한 어조로 반박하고 있다. 양 진영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또다시 탄핵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나라당은 물론 열린우리당 일부 대선주자 및 민주당 일부에서도 거세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이 전 시장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3일 “대통령의 선거중립성 의무를 위배하는 것”이라면서 “노 대통령은 다시 대선에 나오려고 하느냐”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박 대변인은 또 “노 대통령의 발언은 국가지도자로서의 품격을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한 뒤 “피해의식과 과대망상이 교차하는 연설에 노사모는 열광했지만 국민은 섬뜩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최측근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대통령 주치의를 정신과 전문의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인데 국정운영이 제대로 될 것인가”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박 전 대표 캠프의 한선교 대변인도 논평에서 “그들은 지난 4년 동안에도 끼리끼리 모여서 오늘처럼 똑같은 이야기만 하고 지냈다. 그들에겐 내 덕과 네 탓만 있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구상찬 공보특보는 “노 대통령의 또 다른 선거개입이자 불법 사전선거운동으로, 그 자체가 탄핵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최경환 의원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일이나 잘 할 것을 걱정해야지 타당 대선후보에 대해 무슨 평가를 하느냐”면서 “국민한테 손가락질 받는 대통령의 말에 일일이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해보려는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강재섭 대표는 “노 대통령은 자아도취와 과대망상의 나르시시즘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비판했고, 나경원 대변인은 “대통령의 정신건강을 의심치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범여권은 노 대통령의 정치개입성 발언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열린우리당 서혜석 대변인은 “대통령의 말씀은 상당부분 동의할 수 있으나 과유불급(過猶不及·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이라고 지적했고, 중도개혁통합신당 양형일 대변인도 “정책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한나라당 후보를 직접 공격한 것은 정치적 시비의 대상이어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도 “한나라당이 가장 원하는 게 노 대통령과의 대립구도인데 거친 공격이 오히려 그들을 살려줄 우려가 있다”고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열린우리당내 친노(親盧) 성향 의원들만이 “노 대통령의 발언이 지지자들에게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옹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