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 운하공방…”혼합복식조 비난”vs”초등학교 수학수준”

“저격수들이 혼합복식조로 해서 비난하고 있다”(이명박 전 시장 측 박형준 대변인). “초등학생도 수학을 한다면 알 수 있다”(박근혜 전 대표 축 한선교 대변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를 두고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집요한 공세를 펴고 있는 가운데 양측간의 공방이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며 격화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운하’ 논쟁의 승자가 상당한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박 전 대표에 좀 더 유리한 결과로 비춰진다. 실제 29일 정책토론회 이후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시장의 소폭의 하락세를 보인 반면 박 전 대표는 소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지지율 1위인 이 전 시장의 대운하 공약이 허구성이 발견된 이상 집요하게 파헤쳐 역전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박 전 대표 측의 공세에, 이 전 시장 측도 기존의 방어 중심의 소극적 입장에서 벗어나 좀더 적극적인 대응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자칫 대운하 구상이 공약(空約)으로 비쳐질 경우 지지율 하락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하에 적극적인 ‘대운하 알리기’에 나선다는 입장. 박 전 대표 측이 제안한 토론회에도 적극 임하겠다는 구상이다.

“대운하 수질과 경제성 가정하에 李-朴 공방 치열”

한반도 대운하 정책의 최대 쟁점은 수질오염 문제와 경제성에 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박 전 대표 측은 이 점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한선교 대변인은 31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만약 독극물을 실은 배가 뒤집히면 어떻게 될까? 애초부터 이런 위험성이 있다면 다시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부운하의 두 줄기인 한강과 낙동강에 배를 띄우면 오염은 불가피하고 이 경우 3500만의 식수원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 한 대변인은 “이 전 시장이 물류는 전체 운하 목적의 20%밖에 안 된다고 했다. 물류 비중이 20%인데 500km이상의 운하를 만든다는 것은 초등학교 아이도 수학을 한다면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

전날에 이어 유승민∙이혜훈 의원은 이날도 기자회견을 통해 대운하의 경제적 허구성을 집중 공략했다. 유 의원은 “이 전 시장 측이 경부운하의 경제성에 대해 100원을 투자하면 230원을 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전문가의 연구결과는 24원밖에 벌지 못하는 적자 산업으로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유 의원은 “고속도로는 6~8시간, 철도는 7시간 걸리는데 60~70시간 걸리는 운하로 자기 화물을 옮길 화주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시멘트나 유연탄, 독극물, 화학물질 같은 화물을 운송한다는 정두언 의원의 말은 한마디로 운하로 운송할 물동량이 없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 박형준 대변인은 수질오염 지적에 대해 “친환경적인 식수원 제공법인 강변취수법을 채택하고, 상수원 주변은 뱃길과 물길에 칸막이(2중 수로)를 형성하기 때문에 오히려 깨끗하다”고 반박했다.

신형 바지선에 이중 안전장치를 둘 경우 배로 인한 오염은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준설과 하천 정비로 오염물질 유입까지 막을 수 있다는 반론이다.

경제성에 대해서도 박 대변인은 “내륙항이 개발되면 그 주변이 개발된다. 물류만을 생각하지 말라”고 받아쳤다. 또한 그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24시간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한반도 대운하는 컴퓨터로 제어되는 최첨단 IT기술을 통한 토목”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유승민∙이혜훈 의원은 이명박 저격수로 혼합복식조를 구성,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이는 공정경선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당 선관위의 적극 대응과 당 지도부의 엄중 경고를 요구했다.

이번 대운하 논쟁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만약’과 ‘저희’다. 즉 논쟁의 상당부분이 가정에 기초하고 있고, 자료도 자신의 캠프의 자체 ‘저희 조사’라는 한계를 가진다. ‘한반도 대운하’ 구상은 수 십조의 예산이 들어가는 정책인 만큼 정확한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다.

단지 정치적 공세 수단으로 이용하려 든다면 국민적 반감은 불가피하다. 각 캠프의 보다 성숙한 논쟁과 검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