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 對北독트린, 원칙과 실용 차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9일 평화정착→경제통일→정치통일의 단계를 밟는 ‘한반도 3단계 평화통일 방안’을 발표했다. 박 전 대표는 “북한의 핵무기를 완전 제거하고 군사적 대립구조를 해소해 한반도에 실질적 평화구축이 이뤄지면,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을 통한 작은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난 2월 대북정책이 담긴 MB독트린을 발표했다. 발표형식도 박 전 대표와 같은 외신기자 회견장이었다.

이 전 시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핵을 완전 폐기하면 자발적 개방을 유도해 북한 경제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 10년 내 국민소득 3천달러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지도자 이미지에 걸맞게 북한문제도 경제적 접근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두 유력주자 모두 북핵폐기를 전제로 국제공조에 기반한 대북정책을 구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또한 남북통합 이전에 북한의 경제발전을 먼저 이루는 단계적 접근도 유사하다. 북한 인권 개선 없는 체제개혁은 무의미하다는 마인드도 공통적이다.

차이점도 눈에 띈다. 이 전 시장의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북한의 자발적 개방 노력 유도’라는 대북접근 원칙을 강조한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철저한 ‘상호주의’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수적 색채가 더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시장은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박 전 대표는 엄격한 검증에 무게를 두기 때문이다.

또 통일방안에 있어서도 이 전 시장은 선언적 의미의 평화정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 경제발전 등 적극적 개입을 주장한다. 박 전 대표는 군사적 대결을 지양하는 선 평화정착 단계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전제하면서 “경제통일을 통해 한반도 민족공동체를 만들어 가면 정치통일은 저절로 다가올 것”이라며 “남북 평화를 기반으로 경제 교류를 활성화해 궁극적으로 정치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동맹과 관련, “한미 양국의 장기적 국익에 부합하는 ‘신안보선언’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고, ‘북핵 협상의 3원칙’으로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의 완전 폐기 ▲당근과 채찍의 적절한 사용 ▲6자회담 당사국 간 철저한 공조를 제안했다.

이 전 시장은 아직 통일방안에 대한 포괄적 로드맵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는 “북한이 올바른 선택만 한다면 짧은 기간 안에 경제의 새로운 동력을 얻게 돼 평화통일의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은 “쌀과 비료의 지원으로 일시적인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근원적 처방은 될 수 없다”며 “먼저 북한 주민들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그들이 인간적 존엄성을 지키며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새로운 대북정책 구상은 최근 한반도 안보상황과 밀접히 결부돼 있다. 2·13 합의에 따라 한반도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북한 체제와 핵문제에 대한 원칙적 접근 보다는 유연함을 강조하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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