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외교 “6者당사국, 北核신고 시간·인내심 다해가”

한∙미 양국 외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와 관련, “인내심이 다해가고 있다”며 북한측에 조속한 시일 내 완전하고 정확하게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할 것을 촉구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오찬을 겸한 한∙미 외무장관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핵신고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6자회담 당사국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시간과 인내심이 다해가고 있다”며 “북한이 좋은 때를 놓치지 말고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신고를 제출하기 바란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우리 당국자들로부터 나온 북핵관련 발언 중에서 가장 수위가 높다는 평가다.

북핵 문제를 국제적 공조로 풀어가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읽혀진다. 또한 북한과의 핵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 힘을 실어주면서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라이스 장관도 유 장관의 이 같은 언급에 적극 동조하는 모습이다. 그도 핵 신고에 ‘인내심이 다했다’고 언급했고, 유 장관의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한 의견에도 공감을 표시했다.

라이스 장관은 “우리는 북한 영변 핵원자로 불능화와 관련해선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한 뒤 “그러나 이제는 정말 (북핵문제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핵신고 문제에 대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이어 “정확한 신고시한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신고하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지금의 상황에 너무 오랫동안 머물러있다는데 대해 유 장관과 완전히 동의한다”고 말해 미국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음을 거듭 시사했다.

북한이 ‘2∙13합의’와 ‘10∙3공동선언’에 따라 지난해 말까지 플루토늄 산출량, 우라늄농축프로그램, 시리아 핵 연계설 등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한을 넘기면서 북핵 6자회담은 교착상태에 빠진 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라이스 장관은 또한 “북핵 신고서나 부속서류에는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과 핵활동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오랫동안 북한의 핵확산을 우려해왔다”며 핵확산 의혹도 신고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라이스 장관은 또 “북한이 (6자회담에서 합의한) 의무를 이행하면 미국도 이를 이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혀 북한이 완전하고 정확하게 핵신고를 마칠 경우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및 적성국교역금지법 대상해제 절차에 착수할 것임을 확인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문제에 대해 유 장관은 “식량지원은 기본적으로 인도적 지원이지만 매년 많은 양의 식량을 지원하는 것은 100% 인도적 지원 차원을 넘는다”고 말해 과거보다 지원규모가 축소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큰 필요성이 있으면 아무런 조건 없이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라이스 장관도 “미국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해선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항상 믿는다”며 유 장관의 언급에 공감을 표시했다.

유 장관과 라이스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내달 중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 한국의 비자면제대상국 포함 문제 등에 대해서도 협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