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4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 뒤 처음으로 갖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상은 양 국민간 신뢰를 재확인하고 공동 가치를 기초로 한 미래발전방향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고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과정에서 한미간 공조를 긴밀히 하는 방안이 협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6자회담의 기본 원칙은 ‘행동 대 행동’으로, 핵프로그램 신고가 만족할 수준이 되면 미국도 거기에 대해 해줘야 할 조치를 이미 2∙13합의에서 규정했다”고 전제한 뒤 “미국이 테러지원국에서 (북한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미 의회에 45일전에 보고해야 하는 등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6자회담 참가국들이 오랜 기간 노력해온 만큼 빠른 시일내 이런 노력이 조기 성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6자회담의 개최시기를 명확히 제시하긴 어렵지만 5월 하순 이전에는 열려야 구체적인 핵폐기 단계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사찰 문제에 대한 협의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8월 전에 가시적인 비핵화 3단계 합의가 이뤄져야 6자회담의 모멘텀이 지속된다”면서 “너무 낙관적으로 보기도 그렇고 비관적으로 보기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싱가포르 회동에서 (비핵화)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걸림돌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와 시리아 핵협력 문제가 집중 협의된 것으로 안다”면서 “정부는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가 조속히 이뤄져 핵폐기를 위한 논의가 조기 개시될 수 있도록 관련국과 긴밀히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 장관이 이날 6자회담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미국이 국내적 조치를 취하고 있으니 이걸 기초로 중국과 다음 순서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면서 “6자회담이 개최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준비를 관계국과 협의하는 과정이 남았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답한 부분이 주목된다.
이는 부시 행정부 내에서 일고 있는 ‘신중론’이나 미국 내 강경파의 반발과는 상당한 견해차를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신고 의무 완수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라이스 장관이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따른 북핵신고 의무를 이행할 것인지를 판단하려는 과정에 있다”며 “우리는 아직 북한이 (신고)의무를 충족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지점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한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미국 행정부 내 ‘신중론’과 관련, 유 장관은 “미 국내적으로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이니 국내 정치 절차를 거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면서 “전체 국면에 큰 영향은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 8월 전까지 6자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미북간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이어 “가는 속도에 대해서는 변화가 없다고 본다”면서 “미국 국내적으로 (UEP와 핵협력의혹이) 상당히 민감한 문제니까 국제 절차를 거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며 전체 국면에 큰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부시 행정부가 미 의회를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고 관련국들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핵신고를 하면 미국은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을 이행해야 하는데 이는 미 의회가 반대가 없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미 의회 일각에서는 ‘싱가포르 회담’ 협의 결과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싱가포르회동에서 북한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에 대해 미국의 우려를 인정하고(acknowledge), 미국이 기술한 사실들에 대해서 도전하지(challenge) 않는다는 형식으로 된 ‘비밀 양해각서’를 교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미 하원 의원들은 힐 차관보가 합의한 핵신고 방식에 따른다면 미국이 이미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접근을 허용 받는 상황에서, 영변 이외의 미국이 모르는 핵시설에 대한 추가 정보를 북한이 내놓을 필요가 없게 된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가장 핵심인 우라늄농축활동(UEP)과 시리아와의 핵협력설과 관련해서도 미 하원 의원들은 북한이 신고한 것이 아니고 미국이 파악한 정보에 따른 신고이기 때문에 정보의 정확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UEP나 시리아 핵 협력에 대해 검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우리가 인정한 적도 없는 데 왜 검증하려 하느냐’고 반발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더불어 플루토늄도 추후 상당한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신고할 것으로 예상되는 플루토늄 생산량은 30㎏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한미 전문가들의 추정치 50㎏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장관이 이처럼 낙관적 견해를 피력한 것과 관련, 일각에서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 장관은 ‘싱가포르 회동’ 결과에 우리 정부가 만족하느냐는 질문에도 “미국 혼자 한게 아니고 긴밀한 협의를 통해 추진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