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외교, 방미결산..”정상회담 기반 다졌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첫 방미는 미국 조야에 한미관계 강화에 대한 새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고 미국의 호응을 얻어냈다는데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유 장관은 26∼27일(현지시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한미동맹의 발전방향과 주요 양자현안, 범세계적 이슈 등에 대해 폭넓은 논의를 가졌다.

이 같은 사안들은 모두 다음달 19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들로, 사전에 양국의 의견을 조율하는 성격이었다.

유 장관이 특히 북핵문제 진전과 미국과의 정책 조율을 통해 남북관계를 운영한다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을 설명하자 미측이 크게 반겼다는 후문이다.

유 장관이 27일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동맹관계가 약화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많은 이유가 대북정책에 있어서 발생한 견해의 차이, 인식의 차이, 북한 위협에 대한 인식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힌 데서 보듯 그동안 한.미 간 신뢰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돼왔던 대북정책의 견해 차를 이번 방미로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의 방문 기간 한.미는 동맹관계를 신뢰회복을 넘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자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

유 장관은 26일 라이스 장관과의 회담 뒤 가진 회견에서 “한.미 양국은 지금의 전통적인 유대관계를 미래지향적인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키는데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고 라이스 장관도 “한국은 미국의 최고의 친구”라고 화답했다.

게이츠 국방장관과의 면담에서는 한미동맹을 향후 새 안보수요와 대내외 환경변화에 부합되게 계속 발전시키자고 합의했다.

안보환경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와 대 테러전 등 갈수록 복잡해지는데 맞춰 과거 주로 대북 억지력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한미동맹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과 미사일방어체제(MD)에 한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낳았다.

유 장관도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미국 측의 PSI전면참여 요청을 소개하며 “한국 정부로선 대북관계에 민감한 문제이므로 시간을 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추후 정식참여가 고려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방미에서는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비준이 양국 관계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양 정부의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동시에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없이는 미 의회의 지지를 얻기가 힘들다는 한계도 실감할 수 있었다.

라이스 장관이 회담에서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자 유 장관은 농민들의 입장을 감안해 “전문가들 사이의 협의를 통해 최대한 빨리 해결되길 희망한다”는 원칙론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유 장관이 이번에 토머스 도너휴 미 상공회의소장을 면담하고 한.미 FTA 비준을 위한 미 재계의 지원을 요청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했지만 의회가 부활절 휴회기라 한.미 FTA 비준에 `키’를 쥐고 있는 의원들을 직접 만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미는 기후변화와 인권문제, 대 테러전 등 지금까지 한미동맹이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범 세계적 이슈에 대해서도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한.미 정상은 이번 유 장관의 방미를 통해 조성된 공감대를 바탕으로 다음달 중순 예정된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의 미래비전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공동발표문 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외교 소식통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정책을 비롯한 주요 사안에 대해 양국의 정책 조율이 이번 방미기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자평했다.

유 장관은 미 행정부 뿐만 아니라 미국의 외교안보분야 싱크탱크와 한반도전문가 등 민간 여론 주도층과도 틈이 날 때마다 만나 새 정부의 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지지를 당부했다.

그가 지난 이틀 간 개별적으로 면담한 인사만도 폴 울포위츠 전 국방차관과 스트로브 탈보트 브루킹스 연구소 소장 등 6명이며 26일 만찬에서는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 등 20여명의 한반도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눴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동맹이 신뢰를 회복하고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미 정부는 물론 민간의 지지를 얻는 것도 중요하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유 장관은 28일 뉴욕으로 건너가 레슬리 겔브 미 외교협회 명예회장과 도널드 그레그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등을 접견하는 등 마지막까지 미 여론주도층을 상대로 한미동맹 다지기에 힘을 쏟은 뒤 반기문 유엔총장과 만찬을 끝으로 4박5일 간의 방미일정을 마치고 귀국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