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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과학원(SSRC)의 한반도 전문가 레온 시갈 박사는 닷새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핵문제를 꺼낼 수는 없겠지만 북한 핵문제를 돌파하는데 도움이 될 핵심적인 문제들을 토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4일 데일리NK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남한이 북한에 너무 막무가내로 지원을 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그래도 남북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좋다”며 “남한이나 미국이 김정일과 단독으로 얘기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기 때문에 이번 회담은 정말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평화선언’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당장 평화체제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 평화선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라며 “평화선언은 우리가 이전의 평화협정에 대해 당장 논의를 시작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얘기를 시작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시갈 박사는 또 “북한은 경수로 문제를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끝낸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에)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이라며 “그러나 비핵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후에도 북한이 경수로 문제에 집착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변화된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부시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 파월 국무장관이 협상을 시작하라고 주장하고 체니 부통령과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안된다고 했을 때 그 두 진영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며 “그러나 럼스펠드가 사임한 지금은 협상을 하자는 라이스 국무장관의 주장을 체니도 말릴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갈 박사는 북한과 시리아간 핵커넥션 의혹에 대해 “이 일을 알만한 고위 관리들은 아무도 핵물질 이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현실 가능성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리아가 최신 핵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며 과거 미사일 분야에서 북한의 협조가 없었다고 부인하는 것도 아니다”면서, 다만 북한이 시리아 핵문제에 연루되었다는 어떤 증거도 없는 이상 속단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번 의혹을 제기한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볼튼같은 사람들은 협상트랙이 점점 심각해지는 것을 즐긴다”며 “그들은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과장했다. 그들은 그것을 확대과장하고 협상을 막기 위해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미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북한도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 변화는 이라크 문제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2·13합의를 기준으로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대하는 태도에서 바뀐 것과 바뀌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2·13합의를 통해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나 2·13합의는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이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완전히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 (북의 핵실험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목표는 주변국들과 함께 북한의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실험발사는 이들의 정책 실패를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부시 대통령이 강경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 파월 국무장관이 협상을 시작하라고 주장하고, 체니 부통령과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안된다고 했을 때 그 두 진영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럼스펠드가 없고 라이스가 국무부 수장인 현재 상황에서 라이스가 협상을 제대로 해보라고 말했을 것이다.(현재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사람은 라이스 딱 한 사람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사무적 관계일 뿐이다.) 지금까지는 대화만 나눴지 협상은 아니었지 않은가.
라이스가 대통령을 설득시키자 체니는 아무 말도 못했다.
–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할 경우 ‘싸움 하라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가 핵심의제로 올라오는 것에 찬성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국내정치과 관련해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남한과 북한이 직접적으로 핵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 핵문제를 돌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핵심적인 문제들을 토론하고, 이로 인해 차기 6자회담을 더욱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김정일이 한반도 평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어보는 것이다. 남한이나 미국이 김정일과 단독으로 얘기할 수 있는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이번 회담은 정말 중요한 기회이다.
두번째로 남북한 간에 진행되고 있는 경제적인 약속들을 제대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워싱턴에서는 “미국보다 한국이 더 앞서 가서는 안된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정말 웃기는 소리다. 물론 남한 사람들이 북한에 너무 막무가내로 지원을 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그래도 남북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좋다. 북핵 문제와 통일문제라는 두가지 이슈는 미국과 한국, 북한, 세 나라 모두의 안보를 위한 주요 핵심이다.
– 북한은 핵 협상 과정에서 경수로를 요구하겠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 전에 경수로를 고집할 것으로 보는가? 그렇다면 핵 협상 진전이 어렵지 않은가?
북한은 경수로 문제를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끝낸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경수로에 대해 언급한다 할지라도 경수로를 안주면 핵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북한이 핵물질과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포기하는 댓가로 요구하는 보상이 무엇이고 또 언제 줄 것인지 등에 대해 이야기할 시점이 다가 올 것이다. 그때 가서야 북한이 경수로 제공을 계속 고집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과) 더욱 긴밀해진 관계에 만족할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북한과 남한 사이에 화해가 이루어지는 것과 함께 미국과 북한, 일본과 북한의 관계도 나아져야 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 하에 근본적인 정치관계의 변화가 생기면 김정일은 그때서야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다.
그때 가서도 북한이 경수로 제공에 집착할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가 차후에 진행될 비핵화 프로젝트에 그다지 큰 영향이나 장애물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 걱정하기 보다는 바로 다음 단계 일들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우리가 북한에 대해 적대적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경수로 지원 문제가 처음 언급됐다. 미국은 당시 북한이 핵시설물을 폐쇄하는 대가로 북한에 경수로를 지원해 줄 것을 약속했다.
미국은 경수로뿐 아니라 다른 것에도 합의했다. 무엇보다 적대정책을 끝내고 제재조치를 완화하는 완전한 정치 경제적 정상화에 합의했다.
우리는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2003년 무렵까지 경수로 2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때 ‘2003년 무렵’이라고 한 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합의에서 우리가 어느 정도 지킨 것은 중유를 제공한 것이었다. 미국은 정확한 시점은 아니었지만 가까운 시일안에 중유를 분명히 제공했다. 의회가 예산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아서 중유가 도착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우리는 끝까지 이행했다.
사람들은 제네바 합의가 실제로 지켜졌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제네바 합의는 북한이 30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멈추게 했다.
하지만 94년 협정이 파기되면서 북한은 1997년 “당신들이 협정을 지키지 않고 있으니 우리도 지킬 의무가 없다”라고 반복해서 경고하기 시작했다. 98년에 그들은 두가지 단계를 취했다. 그들은 핵프로그램 개발로 위협하기 시작했고 대포동 1호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99년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미국은 문제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고, 페리가 김대중에게 와서 의논했다. 그리고 그들은 화해 단계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이것은 미사일 실험의 중지는 물론 북한의 모든 중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을 실험 중지와 제거하겠다는 북한의 제안을 끌어냈다. 그렇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는 결국 미사일 문제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핵문제 해결이 먼저다.
– 한국 내 집권세력은 핵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도 평화체제 논의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핵문제 이후로 넘겨야 한다고 반대한다. 평화체제 논의가 적당한 시점은 언제라고 생각하는가? 핵폐기 전 평화체제를 논의할 경우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6자회담 관련국들은 이미 평화체제에 관해 논의를 시작하는데 동의했다. 그리고 평화체제의 가장 중요한 단계는 평화조약이 될 것이다. 6자회담 참가국들이 당장 평화체제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평화선언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있고,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평화선언은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첫단계이다.
평화선언은 조약과 다르다. 평화조약이 의미를 가지려면 영구적인 경계선에 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 평화조약 체결 전에 북방 한계선이 동의되어야 한다. 또 DMZ의 양쪽에 군대가 배치돼 있고 실제적 군사행동을 하고 있는 국경분쟁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진정한 평화조약의 일부다.
평화선언은 조금 다른 것이다. 평화선언은 우리가 이전의 평화협정에 대해 당장 논의를 시작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9월 12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을 완전 폐기할 경우 내년 중에 미북 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까지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폐기가 가능하다는 의미인 것 같다. 과연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것이라고 보는가?
북한이 재래식 무기와 모든 핵물질을 포기할지 안할지에 대한 정확한 답변은 김정일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것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 단계적이고 상호주의적인 방법으로 협상하는 것이다. 무장해제에 대한 보상으로 새로운 정치적 관계를 만드는 단계에 들어서는 것이다.
북한이 2008년까지 핵을 폐기할 것인가를 묻는다면 답변을 아주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북한은 앞으로 (부시 행정부 임기) 1년 6개월 안에 (폐기) 할 것이라 말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이유는 한국과 미국, 일본이 북한을 믿게 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미국과 일본, 한국이 말이 아닌 신뢰를 주는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에게 우리가 정말 바뀌었다는 확신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최근 시리아와 북한의 핵 커넥션에 관한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6자회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어떻게 보나?
‘시리아 이야기’는 허튼 소리이다. 이 일을 알 만한 위치의 사람들은 아무도 핵물질 이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지 않다. 오직 단 한사람, 존 볼튼이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이제 더 이상 고위 관료가 아니다. 시리아의 사업에 북한 핵물질이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낼지에 대해 강한 의심이 든다. 나는 (미국이) 그것을 찾아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는 볼튼과 같은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 중의 하나이다. 그들은 협상트랙이 점점 심각해지는 것을 즐긴다. 그들은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과장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확대과장하고 협상을 막기 위해 이용했다.
파월이 협상을 진행하려 했을 때 갑자기 강경파들은 북한이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을 탄두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아마도 헤즈볼라에게 줄 재래식 무기선적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 핵무기와 관련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시리아가 최신 핵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과거에 미사일 분야에서 북한의 협조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북한이 최근 시리아 핵문제에 연루되었다는 어떤 증거도 없었다는 것이다.
인터뷰·정리=할리 핀쳐(Holly Fincher) 국제부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