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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갑작스런 노무현 전(前) 대통령의 서거가 향후 정치권에 미칠 파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신중한 대응을 펴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격앙된 민심이 집권 여당에 쏠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최대한 예우를 갖춰 애도하면서도 정치적 언행을 극도로 조심하자’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나라당 출신인 김형오 국회의장은 24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지만 일부 지지자들의 거센 항의로 조문도 못한 채 현장을 빠져나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로 같은날 조문을 위해 봉하마을로 향하는 중 지지자들과의 충돌이 우려돼 되돌아온 바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접하고 호주 수상 방문 등 중요한 공식 일정을 모두 중단하고 어제 급히 귀국했다”며 “우리가 더욱 신중하고 절제된 행동을 보여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우리 모두 슬픔의 짐을 나눠지고 정치권에 부과된 어려운 숙제를 풀어나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들도 더욱 자중자애하는 모습을 보여 우리가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노 전 대통령 추모를 위해 23일 봉하마을로 내려갔으나 조문객들의 거센 반발로 서울로 되돌아온 다음 서울역사박물관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조문을 했다. 이 총재는 25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원통한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도 (서거를) 국민 간의 분열과 대립의 계기로 만드는 일은 아마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장례기간 정치적 발언을 삼가고 애도에 집중해 줄 것을 연일 당부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경우 사회분열을 초래했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당 차원의 자제령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무리한 검찰 수사를 지시한 현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강경론도 일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죽음을 막지 못한 자책감이 든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공개사과가 필요하다. 도의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여야 정치권은 예정된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정치적 공세도 자제하는 등 애도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6월 열릴 예정이었던 임시국회도 순연시키는 등 당분간 ‘조문정국’은 지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