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아리랑 관람하면 北 아동학대 동조 해당”

이재정 통일부장관이 18일 북측이 아리랑 공연 관람을 제의할 경우 ‘검토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정치권과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노 대통령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의 아리랑 관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아리랑 공연에 관한 관람 요청이 오면 우리로서는 검토해볼 예정”이라면서 “아리랑 공연은 북측에서 만든 상당히 자랑스러운 하나의 공연작이기 때문에 우리도 그런 점에서 존중하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리랑 공연 관람 가능성은 정상회담 개최 발표 직후부터 제기돼 왔지만 정부는 답변을 회피해왔다. 이날 정상회담 1차 선발대를 환송하러 나온 이 장관이 기자들의 질문에 첫 답변을 내놓은 셈이다.

2005년부터 실시된 대집단체조 ‘아리랑’은 아동 수만 명을 동원, 수개월간 군대식으로 훈련을 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는 물론, 국내 북한인권 NGO와 학계, 정치권 등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북한인권학생연대(대표 성하윤)는 19일 이 장관의 발언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허만호 아시아인권센터 소장은 “이 장관 자신이 ‘인간을 사랑하라’는 최대 원칙을 가진 신부이면서 아리랑 공연 관람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몰지각한 행동”이라며 “지난 10년간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던 정권의 주무 장관답다”고 비판했다.

허 소장은 “후진국에서는 악독한 서커스 기업과 산업이 육성되고 있지만, 북한 아리랑 공연은 국가와 정권차원에서 아동을 착취하는 인권유린의 전형”이라며 “이런 최악의 현장을 ‘자랑스런 공연작’이라고 추켜세우는 것에 말문이 막힌다”고 소회했다.

그는 “특히, 정상회담에서 북한 당국에 열악한 인권상황을 지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리랑) 관람을 검토한다는 것은 억압과 인권유린에 시달리는 북한인민의 상황을 연장시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꼬집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김윤태 사무총장도 “북한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가입했지만 매년 아리랑 공연에 수만 명의 아이들을 동원하고 있다”면서 “인권유린의 현장 관람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김정일 정권의 인권탄압에 동조한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과 이 장관이 아리랑 공연장에 모습을 드러낼 경우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북한 정권에는 ‘눈치보기’로 일관하면서 북한 인민의 인권문제에는 ‘눈 감는’ 행태를 그대로 보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여옥 “아리랑을 ‘걸작?’…”위험한 발언”

탈북자 출신인 강원철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대표는 “아리랑 공연이 밖에서 볼 때는 멋있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을 준비하는 우리의 동생들은 피눈물을 흘린다”며 “수개월간 강제로 연습시키고 있어 공부하고 뛰어 놀아야 할 아이들의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전문가와 한나라당도 체제선전용 성격이 짙은 아리랑 공연 관람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아직 회담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선심성’태도를 취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아리랑은 인간을 도구화 하는 것”이라며 “그것을 ‘걸작’ 운운하는 것은 사이비 북한 정권을 ‘민주화 정권’이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일갈했다.

전 의원은 “주무부서의 장관이 아리랑 공연 관람을 검토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을 넘어서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북한 아리랑 공연은 예술적 목적보다는 정치적 목적의 성격이 강하다”며 “북한이 안내하는 정상회담 프로그램에 앞서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듯한 발언은 주무 장관으로서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아리랑 공연 관람을 검토하겠다는 것이 정상회담 전 분위기를 고조 시키거나 회담을 원활하게 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다만 북한 당국이 좋아하는 것을 우리도 좋아한다는 제스처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