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북에서 가장 유연하게 느껴진 사람은 김정일”

노무현(사진) 대통령은 “내가 북쪽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가장 유연하게 느껴진 사람은 김정일 위원장이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11일 한국정책방송 K-TV를 통해 방영된 ‘특집 인터뷰 다큐멘터리-대통령 참여정부를 말하다’를 통해 “거침없이 말하는 사람이고, 대화가 되는 사람으로, 오래 얘기하면 말이 좀 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 기간 김정일 외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회담을 가진 바 있다. 당시 노 대통령과 김영남 위원장의 만남에서는 김영남 위원장이 개혁개방에 대한 불쾌함을 토로하면서 교과서적으로 북측의 입장을 50분 동안 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다시 한번 “실무적인 많은 문제에 있어서 상당히 융통성 있고 유연하게 어떤 결정을 해나갈 수 있는 그런 점에서 대화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당시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 “‘7.4 공동성명부터 여러 선언 만들었는데 그냥 종이짝에 불과한 것 아니냐’ ‘그거 우리 민족끼리 하기로 해놓고 자주성이 없는 것 아니냐’ ‘특구 하자고 하는데 우리로서는 아직까지 아무런 이득을 본 것이 없다. 하던 개성공단이나 잘해서 마무리하고 다음에 생각해보자’ 그러니까 참 이야기가 이제 꽉 막혔다”며 회담 초반 북측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 회고했다.

노 대통령은 취임 초기 북폭설 진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03년 1월15일 용산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했던 사실을 회고했다. 그는 “한미간의 갈등으로 계속 몰아가니까, 갈등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잘 관리하고 있다는 제스처가 필요했다”며 “그래서 주한미군 사령부에 가서 서로 악수하고 사진도 찍고 그랬는데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분이 그렇게 좋았던 것은 아니다”라고 당시 심경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주둔군 사령부에 먼저 방문해 가지고 악수하고 사진 찍어야 되는 것이 정상적인 나라이냐”고 반문한 뒤 “좀 서글프긴 하지마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그 당시 우리 한국의 현실이었다”고 회고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 협상 과정을 설명하면서 “수준을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적어도 우리가 넘을 수 없는 선, 평화를 깨버릴 수 있는 위험한 채찍을 쓰지 않겠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강하게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고, 이익을 제공하면서 안전보장, 관계정상화, 경제지원 이런 순서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데 제일 어려운 것은 국내 언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언론이 미국 강경파 쪽보다 더 강경하고, 언론만이 아니고 야당도 있다. 더 강하게 협박하고, 비난해서 제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때 그 사람들이 요구했던 대로 했더라면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됐겠느냐”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을 전해들은 한 북한 고위층 출신 탈북자는 “북한에서 권력자라고 해도 김정일 눈 밖에 나는 일은 사소한 것도 하기 어려운데, 누가 남한 대통령을 만나서 자유롭게 협상을 할 수 있겠냐”면서 “김정일은 수십 년 동안 대남관계를 챙겨온 당사자인데 노 대통령이 너무 순진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