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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사수파와 해체파 간의 전면전으로 사분오열되고 있는 와중에 노무현 대통령의 ‘복당’(復黨) 문제가 불거져 분열을 한층 가속화 시키고 있다.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 등이 ‘탈당’을 언급하면서 열린당 사수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복당’ 언급은 사실상 활활 타오르는 분열의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정 전 의장을 만나, 당해체 문제와 (정 의장의) 탈당문제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집단탈당으로)당이 껍데기만 남으면 내가 다시 복당해서라도 당을 지키겠다”고 말한 것으로 7일 전해졌다.
청와대는 즉시 이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적잖게 당황한 모양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7일 “대통령의 입장은 무조건적 당 사수가 아니라 명분 없고 무책임한 당 해체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복당 언급은 정 전 의장 설득을 위한 역설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대통령이 당 사수파라는 일부의 오해가 있고, 정 전 의장도 면담 후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며 “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가 구성되고 그 지도부가 당의 공론을 모아 질서있게 당을 통합한다면 이를 수용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공식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화영 의원도 “노 대통령 특유의 반어법”이라며 “노 대통령이 그렇게 (하려면) 탈당을 아예 안 했지 탈당했다가 다시 복당하지는 않을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열린당 김형주, 김종률, 이화영, 이광재, 이광철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전당대회에서 결의한 대통합신당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대통합신당을 위한 당 지도부의 방침을 적극 따르겠다. 정동영, 김근태 의장도 당 지도부의 방침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최대 계파인 정동영-김근태 계열이 당 해체를 주장한 반면, 정세균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당 사수를 고수하고 있다. 친노파들이 지도부에 힘을 싣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반면 정 전 의장은 노 대통령과 사수파에 대한 비판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은 당원이 아닌 데 당을 지켜야 한다, 복당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친노파가 원칙을 이야기하는 데 과연 무엇이 원칙이고 무엇이 무원칙이냐”고 반문했다.
김부겸, 임종석, 송영길 의원 등 재선의원 그룹도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 대통령은 당의 운명에 대한 개입을 자제하라”며 “우리당은 대통합을 적극 추진해야 하고 당 사수론은 대통합에 걸림돌이 될 뿐”이라며 당 해체를 촉구했다.
이들은 “노 대통령은 당정분리를 강조했고 당을 떠나 있는 만큼 정당과 선거 문제에는 개입을 자제하기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선 당 해체를 두고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이달 말로 예정된 김근태, 정동영 양대 진영의 탈당은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또 재선 및 중도파 일부를 포함한 추가 탈당도 현 지도부의 권한이 끝나는 다음 달 중순께 강행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당의 분화 내지는 해체까지도 가능하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적극 해명하고는 있지만 노 대통령이 ‘복당’까지 언급한 것은 사실상 열린당을 자기 중심으로 재편해 ‘노무현 당’을 만들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켠에서는 이를 두고 탈 노무현 효과를 극대화 시킨 후 대선을 앞두고 뭉치려는 정치쇼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양진영의 대립이 확대돼 ‘저 사람들과 죽어도 정치 같이 못한다’는 불가근의 관계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