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루비콘 강을 건너나?

노무현 대통령은 부시 재선 이후 LA 발언을 필두로 이번 폴란드 발언까지 북한에 대한 여러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체로 평소에 노대통령이 생각해오던 바이지만 공개적으로 언급을 자제하던 내용들을 이번에 마음껏 쏟아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발언을 몇 가지로 요약해보면 ▲김정일정권은 개혁개방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성공 할 것이다. ▲김정일정권이 개혁개방을 원하는 만큼 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핵은 반드시 포기할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은 실제 사용목적이 아니라 개혁개방과정에서 불안정해질 수도 있는 체제를 보호하기 위한 자위적 성격이 강하다. ▲김정일정권은 붕괴 가능성이 낮으며, 붕괴되어서도 안된다. ▲나아가 한국정부는 김정일 체제의 유지를 바라며 이를 위해 지원하고 싶다는 것이 노대통령의 생각으로 정리된다.

노대통령의 북한과 관련된 일련의 주장은 가설적 차원의 언급이 아니라 매우 단정적이며 나아가 어떤 가치를 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예컨대 김정일체제에 대한 언급의 경우 단순한 예측이나 판단을 넘어 북한체제가 붕괴되어서는 안된다는 강렬한 바람을 담고 있다.

외곬 정책이 갖는 위험성

북한처럼 예측가능성이 낮고 변수가 많은 대상에 대해 한 가지 가능성만을 놓고 정책을 펴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커지게 된다. 개혁개방의 문제만 하더라도 북한이 이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 집권세력 주도로 과연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체제의 붕괴 가능성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조기붕괴 필연론’도 옳지 않지만, 내일 당장 김정일정권이 무너졌다고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북한체제는 근본적 취약성을 갖고 있다. 아울러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만, 모험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에 대해 김정일체제의 존속과 성공이라는 시나리오만을 고집할 때 생기는 가장 큰 위험은 결국 김정일체제와의 유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DJ가 잘 보여주었다. DJ임기말 북한의 농축우라늄에 의한 비밀핵개발이 시인되었을 때 누구보다도 전전긍긍한 사람은 DJ였다. 햇볕정책을 펴면 북한이 평화의 길로 유도되리라고 주장한 만큼(단순한 주장을 넘어 여기에 이견을 다는 것은 범죄시 할 정도였다) 북한의 비밀핵개발은 김정일뿐만 아니라 DJ에게도 큰 타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정일체제에 대해 어떤 단정적인 보증을 하게 되면, 다른 가능성이 현실화되면 당연히 보증자도 타격을 받기 때문에 어떻게든 불리한 현실을 부인하거나 보지 않으려 하고 김정일을 끝까지 두둔하려고 하게 된다.

김정일과 공동운명체가 된 노정권

과연 노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지 그동안 주의 깊게 관찰을 해왔는데, 이번 과정을 통해 노대통령은 돌아오기 어려운 길로 가버렸다는 판단이다. 노대통령의 발언이 한미관계를 어렵게 한다거나 북한에게 오히려 더 버틸 명분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문제는 신용불량자인 김정일에게 거의 무한보증을 하여 엄청난 리스크를 공유한다는데 있다. 왜 이런 어리석은 모험을 하는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대북경협도 좋고 교류 활성화도 좋다. 또 정부의 입장에서 북한체제 붕괴니 하는 민감한 발언을 자제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북한정권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거나 필요한 긴장감조차도 없애버리고 공동운명체로 가는 것은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이후 상황은 눈에 보듯 선하다. 김정일의 어떠한 행동도 선의로 해석하는 대변자로 되는 것이다. 심지어 북한이 핵실험을 하더라도 ‘협상용’이라고 별일 아니라고 할 것이다. 특히 이런 대목에 가면 거의 신경질적으로 되어 객관적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아주 증오하게 된다. 스스로 함정에 빠져놓고 남에게 화를 내는 그런 모습을 보게 될 것 같다.

홍진표 논설위원 hjp@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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