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대통령, 김정일에 지나치게 양보해”

▲ 허브 코헨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

14일 한국능률협회가 주최한 글로벌 경영석학 초청 세미나에 연사로 나온 세계적인 협상 전문가 허브 코헨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가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측의 협상 전략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주목된다.

코헨 교수는 1980년 런던 주재 이란 대사관 인질 사건을 비롯해 1985년 베이루트 TWA 여객기 납치사건 등 테러 사건에 관여하는 등 미 FBI의 세계적인 협상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북한 등 과거 소련 방식의 협상술을 쓰는 상대방과 협상할 때에는 그들의 전술을 잘 이해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북한 측과 협상에서 너무 끌려가는 측면이 있으며, 최근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북측에 지나치게 양보했다”고 충고했다.

코헨 교수는 “소련 스타일 협상술의 특징은 처음부터 비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해 상대에게 충격을 주고 적대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우리에게는 권한이 없다’고 버티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들의 협상 태도는 연출된 것으로, 이들과 협상할 때에는 이런 점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협상에서 상대에게 너무 양보를 하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며 “남한도 북한과 협상할 때 너무 친절하고 잘해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10월 정상회담 방북 첫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준비된 원고를 읽는 김 위원장을 보고 나서 ‘잠이오지 않았다’는 표현을 썼다. 다음날 김정일과 회담을 가진 후 ‘말이 좀 통합디다’라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K-TV에 출연해 김정일이 ‘자신이 만나본 북한에서 가장 유연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당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김정일은 노 대통령에게 ‘개혁개방’ 용어 사용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고, 노 대통령은 우리가 북측을 사려깊게 배려하지 못했다며 향후 정부는 ‘개혁개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코헨 교수는 “북측은 이를 고마워하지 않으며, 향후 협상에서 기대치만 높이게 됐다”며 “협상에서 조기에 양보하는 것은 상대방으로부터 약점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득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코헨 교수는 남북총리회담과 관련 “북한이 과거 협상에서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를 우선 분석하고 여러 회담에서 약속했던 것을 과연 지켰는지 검토해 봐야 한다”며 “북측과 협상에서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이들이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지 계속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북측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국 정부가 개별적인 지렛대는 부족한 것 같다”며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주변 정세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중국을 적극 이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대북 경제 지원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은 경제적 지원보다는 헤네시 코냑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로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