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북한문제 어떻게 다루는지로 시험대 오를것”

스콧 스나이더(좌)와 데렉 미첼(우)

(조선일보 2005-01-26)

부시 미국 대통령이 2기 취임사에서 ‘자유의 확산’을 대외정책의 목표로 천명하고, 라이스 국무장관 내정자가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지목 한반도엔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북핵문제 해법 등을 둘러싼 입장 조율 등을 통해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후 재정립 과정에 있는 한·미동맹에도 일정한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과 데렉 미첼(Derek Mitchell)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의 대담을 통해 한·미동맹의 오늘을 분석하고 내일을 전망한다. 스콧 스나이더와 데렉 미첼은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 중 소장파에 속하는 학자들이다.

■한미동맹 지금은 : “이라크파병 등 ‘전술적’으론 좋아… 큰 그림 항상 생각해야”

◆동맹의 현 주소

스나이더=한·미 동맹관계는 2년 전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나아진 느낌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매우 이상한 것이 있다. 미국 정부 내에서 이 문제를 직접 다루는 이들은 동맹이 좋은 상태라는데, 정부 내 다른 사람들과 민간 전문가들은 매우 잘못돼 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양국 동맹이 진정으로 건강해지려면 해소해야만 하는 핵심 과제들 중 하나다. 동맹의 목표에 대한 더 넓은 이해와 공통된 시각이 필요하다.

미첼=한·미동맹은 전환기이고 여전히 의문들이 남아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사이는 이라크전 이후 대체로 긍정적·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장기적·전략적 관점에서 동맹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양국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근본적으로 비슷한 비전과 목표를 갖고 있는 건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다.

스나이더=지난 몇 년간 두 정부는 주한미군 재배치와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문제를 두고 잘 협력해 왔다. 그러나 이것은 전술적이고 특정한 이슈들이다. 사람들에게 장기적 동맹의 방향에 대해 묻는다면 답은 분명치 않을 것이다. 동맹의 미래에 대해 두 나라 국민들이 뒤섞인 신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첼=한·미 동맹관계에 관한 하나의 근본적 의문은 북한이다. 미국은 북한 핵무기 제거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하려 한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와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한반도의 안정 유지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는 문제는 몇 년 안에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스나이더=동맹의 미래에 대한 다른 한 가지 문제는 한국이 자신을 더 넓은 세계 무대에 올려놓고 생각할 수 있느냐다. 물론 한국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문제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큰 경제력을 갖고 있다. 미국이 생각하듯 한국은 한반도 자체보다 더 큰 문제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도전이 될 것이다.

미첼=이제 모든 것은 국제적이고 유동적이어서 하나의 단일한 위협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미동맹도 단지 북한에 대한 것만은 아니며, 미국은 국제적 안보문제, 지역 안보문제로 넓히려 한다. 그것이 주한미군 재배치나 동맹 파트너십에서 미국이 초점을 맞추어온 것이다. 한국이 이런 전략적 이슈들을 흔쾌히 받아들일지가 의문이다.

■2005년 전망 : 北문제 어려워져… 사전 협력 절실

◆2005년의 한·미관계

스나이더=2005년에는 북한문제에서 더 많은 좌절들이 생길 것 같다. 한·미 양국에 필요한 것은 더 넓고 깊은 대화와 목적의 공유다. 어떻게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기 위해 협력할 것인지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고 협력의 길을 찾아야 한다.

미첼=6자회담이 계속될 경우 한국의 입장은 무엇이 될 것인가. 북한과 협력할 것인가, 미국과 반대편에 설 것인가. 미국은 당근 없이 채찍만 쓰려 하고, 노 대통령은 채찍 없이 오직 당근만 주려 한다는 말이 있다. 너무 단순한 시각이겠지만 현실에 가까운 것도 사실이다. 이 차이가 서로 극복될 수 있느냐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일본과 중국관계에서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중요하다. 미국은 일본 편이 될 것이 확실하다. 어떤 이유로 한국이 이라크에서 군대를 철수시킨다든지 한국인이 숨지면 양국관계에 큰 긴장이 초래될 것이다. 올해 한·미관계에서 예측할 수 없는 변수다.

스나이더=한·미 간 대등한 관계의 확립을 위한 큰 과제 중 하나는 양국관계의 시작이 상대적으로 일방적이었다는 사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이다. 그 시기에는 한국이 대등한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동맹 간 협력에서 대등한 관계를 가지려면 상호적 기반 위에 더 많은 부담을 떠맡을 의향이 있어야 한다. 양측의 안보 증진을 위한 목표들과 책임감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의 문제다.

미첼=동맹의 두 나라는 주권국으로서 외교정책 목표에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동맹에는 근본적 신뢰와 선의, 협의라는 토대가 있어야 한다. 한 쪽이 필요로 할 때 다른 쪽이 돕는 것이 동맹이다.

동맹이 아닌 나라와 하듯 밀고 당기는 협상을 하는 게 아니다. 동맹에는 자연스러운 호감이 있어야 하며, 상대편의 이해를 잘 알아야 하고 상대편을 배려해야 한다. 동맹 파트너십이 세계 문제로 확대되면 더욱 그렇다.

스나이더=워싱턴 쪽 시각에서 볼 때 동맹 간 근본적 규칙 중 하나는 ‘깜짝 놀랄 일’(surprises)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쪽 대통령이 상대와 아무 협의 없이 상대 국가의 안보문제에 영향을 미칠 결정을 발표할 때 동맹관계에 가장 큰 상처를 주게 된다.

■한국정부에 바란다 : ‘왜’ 동맹인지, 美에 믿음 심어라

◆결별로 갈 가능성은 어느 정도?

미첼=한·미동맹의 종말을 부를 수 있는 두 가지 현실적 시나리오가 있다. 하나는 미국이 한국과 협의 없이 북한에 공격적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이 경우 북한으로부터 보복 대응이 없다 하더라도 한국 입장에선 근본적 신의와 신뢰의 배신문제가 따를 것이다.

둘째는 이렇다. 예컨대 한국은 우리 군대가 한반도를 떠나 다른 분쟁지역에 참여하는 걸 제약하고 있다. 미국이 보다 광범위한 이해관계를 갖는 현실에서 이는 군사자원을 배치하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결국 우리가 거기 있으면서도 우리 이해관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제약당한다면 미국인들은 동맹관계를 심각하게 재고하고 대안을 찾게 될 것이다.

스나이더=어떤 일련의 사건에 대한 다른 대응의 결과가 동맹관계의 파열로 이어질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다. 명백한 사례 중 하나는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인식의 차이다.

다른 경우는 장기적으로 한국의 인식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예컨대 중국 같은 나라와 더 가까워짐으로써 미·중 간 긴장을 높일 정도가 되는 것이다. 만일 일련의 사건들이 전략적 필요에 대한 심각한 불일치로 나타나면 동맹에 대한 재평가가 있을 것이고, 동맹의 파열보다는 점진적 분리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부에 대한 조언

스나이더=노 대통령은 많은 북한 관련 언급으로 주목을 받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미국의 인식과 정말 다른 게 사실이다. 다른 견해와 원칙을 갖고 있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그 차이를 줄이느냐이다. 나는 그의 많은 언급들이 대화의 시작이지 최종적 판단은 아니라고 여긴다. 많은 대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미첼=결론적으로 동맹의 근본적 토대는 튼튼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대해서는 특정한 부분에서 어떤 차이가 있더라도 진정으로 공통된 이해를 갖고 있다. 우리들의 가치는 충분히 공유될 만한 것이며, 한국인과 미국인은 서로 근본적으론 좋은 감정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미국인들 마음속에는 ‘왜 우리가 이 동맹을 유지해야 하는가’란 의문이 있다. 이것이 단기간 안에 동맹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양측이 서로 왜 이 동맹을 원하는지를 재확인하도록 요구하는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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