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전대통령 “10·4선언 존중안해 남북관계 막혀”

노무현 전 대통령은 1일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을 존중하지 않고, 그 결과로 남북관계가 다시 막혀버렸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개최된 ‘10.4 남북정상선언 1주년 기념식’에서 ‘대북정책,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제의 특별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관계를 복원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부담이 들어가야 할 지 알 수 없다”며 “관계 복원을 위해 허겁지겁 이런저런 제안을 하는 모습이 좀 초조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야말로 자존심 상하게 퍼주고 끌려다니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자존심 상하고 퍼주고 끌려다닌다는 비판은 지난 10년간 한나라당의 전매특허였다”고 꼬집은 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결과로서 신뢰가 파기된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이념인 실용주의에 대해서도 “연방제 말만 나오면 시비를 걸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인품을 묻고 6.25 전쟁의 성격이 무엇인지 물어서 시비를 하려고 하는 자세는 실용주의에 맞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실용주의 운운하는 언론보도를 보면 정말 헷갈린다”고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2005년 9.19 선언은 북핵문제 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를 위한 구상’이 들어 있었다”며 “그러나 BDA(방코델타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 조치 때문에 그 다음날 깨져버렸고, 이후 핵실험이 이뤄지고 북미회담이 2년 이상 지체돼 버렸다”고 미국측 태도를 문제삼기도 했다.

남북문제를 다루는 정치권의 태도에 대해 “빨갱이 만들기, 친북좌파 만들기 같은 맹목적 이념대결과 정치공작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면 통일은 가망이 없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승공통일의 사고를 넘어서고 사사건건 시비를 하는 대결주의도 그만해야 한다”며 “통합을 위해서는 주권의 일부를 양도할 수도 있고, 양보가 항복도, 이적행위도 아니라는 인식을 수용해야 한다”며 이념대결과 국가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중 북한과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있는 조치를 수용하지 않은 일 ▲MD(미사일 방어체제)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한 일 ▲작계5029에 반대한 일 등을 소개한 뒤 “결정적 열쇠는 신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신뢰의 결과로) 정상회담도 할 수 있었다. 한번의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의 크기를 평가하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기록일 것”이라고 평가한 뒤 “BDA만 아니었다면 정상회담은 훨씬 일찍 열렸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작전통제권 환수문제와 관련, “언제가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할 텐데 작통권도 가지지 않은 나라가 참여한다는 것이 시빗거리가 될 것”이라며 환수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이날 행사에는 작년 정상회담 당시 특별.공식 수행원을 비롯해 참여정부 청와대 수석 및 장.차관 인사 등 350여명이 참석했다. 민주당 정세균, 민주노동당 강기갑,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도 참석했고, 반기문 UN(국제연합) 사무총장은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노 전 대통령은 2일 정상선언 1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에 참석, 격려사를 한 뒤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갈 예정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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