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북핵 평화외교로 순방 마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뉴욕 방문 마지막날인 15일(한국시간 16일) 주요국 정상과 미국 조야를 상대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참여정부의 평화번영 정책 기조를 설명하면서 국제사회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협조를 요청하는 데 진력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밤 코리아 소사이어티(Korea Society) 연례 만찬에 참석, 한미동맹과 미국의 대(對) 동북아 전략, 북미관계 등에 대해 연설하고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밴플리트상을 직접 시상했다.

노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 내외가 기립 박수 속에 입장하면서 막이 오른 이날 행사는 주한 대사를 지낸 도널드 그레그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의 사회로 만찬과 노 대통령 연설, 소프라노 신영옥씨의 축하공연, 부시 전 대통령 답사 순으로 2시간20분동안 진행됐다.

“노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결정으로 한미동맹 관계가 증진된 것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일”이라는 그레그 회장의 소개와 함께 연단에 오른 노 대통령은 “한국에선 보통 키인데 여기서 말씀드리려 하니 키가 작아졌다”는 조크로 연설을 시작했다.

순차통역으로 약 25분간 진행된 연설에선 모두 5차례 박수가 터져나왔으며, 노 대통령은 한국의 경제상황과 한미동맹, 북핵문제에 관한 대목에서 원고에 없던 내용을 추가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주가문제에 언급, “이 연설문 작성 이후 한국 증시 주가는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소개해 박수를 받은 뒤 “대통령이 된 이후로 주식값을 갖고 자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해 다시 박수를 끌어냈다.

나아가 노 대통령은 “그것은 저의 정책이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 있지 않고 장기적 경제 체질 강화에 있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바이코리아’를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북핵문제에 언급, “지금까지 낙관적 전망을 말했지만 이렇게 말하는 제 가슴도 사실은 조마조마하다. 북핵 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하느님께 기도를 드린다”며 즉석에서 기도를 요청해 장내를 숙연케 했다.

이에 대해 정우성(丁宇聲)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북핵문제를 비관적으로 본다기 보다 걱정이 많다는 것을 진솔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기립박수를 받으며 연설을 마친 이날 행사는 노 대통령이 부시 전 대통령에게 밴 플리트상과 함께 컵 모양의 트로피를 수여하고, 부시 전 대통령이 기립 박수 속에 답사를 마치는 순간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젊은 세대들은 두 나라가 공유하고 있는 역사적 경험들을 알지 못하고 있지만 두 나라는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며 “백악관을 나온 이후에도 기쁜 일들이 많았지만 오늘은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날 중 하나”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이어 우리 기업인들이 모금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복구 지원금 1천만달러를 ’부시-클린턴 카트리나 구호펀드’에 기탁했다.

노 대통령은 앞서 하인츠 피셔 오스트리아 대통령,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 얀 페터 발케넨데 네덜란드 총리와의 연쇄 정상회담을 비롯, 유엔 원탁회의 참석과 헨리 키신저 전 미국무장관 면담, CNN 회견 등 빠쁜 일정을 소화했다.

노 대통령은 오스트리아-북한 친선협회 부회장을 지낸 피셔 대통령로부터 대북 접근 방식에 있어 한미간에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미국이 처음에는 제재나 압력 같은 쪽에 무게의 중심이 있었던 것 같지만 2004년에 들어온 이후 한국측의 노력과 더불어 대화쪽으로 중심이 기울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미 행정부 등 미국내에서도 이론이 있지만 라이스 국무장관을 중심으로 한 정책결정의 중심라인은 대화로 해결하려는 확고한 의지가 있는 것 같다”며 부시 2기 행정부의 대화노력을 설명했다.

또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은 “과거 김일성 주석과 잘 아는 사이였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작년 방한하고 보니까 과거 한국에 대해 편견을 가졌던 것을 후회한다”며 앞으로 한국의 대북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유엔개혁 문제와 관련해서도 “내 나라를 어떻게 다른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대표할 수 있느냐”며 안보리 상임이사국 증설에 반대하는 한국과 공조체제를 다져나갈 것임을 재확인했다.

이어 발케넨데 네덜란드 총리와의 회담에선 노사정 타협 등 노동문제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이 이뤄진 가운데 “중국의 경제성장을 위협으로 보느냐”는 질문을 받았고, 노 대통령은 산업고도화에 기여 등 장점을 거론하면서 “기회로 보고 잘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는 당초 노련한 국제정치가의 고견을 들을 작정이었으나 키신저 전 장관의 질문 위주로 면담이 진행됐다고 배석했던 정우성 보좌관이 전했다./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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