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북한 잘못보기’로 脫美 급가속

노무현 대통령이 9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작통권은 자주국가의 꽃’이라고 발언한 대목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노 대통령은 “작통권이야말로 자주국방의 핵심이며, 실리적으로 큰 문제가 없으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꼭 갖춰야 될 국가의 기본요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권국가로서의 위상을 바로 세워야 하는 것은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한국 대통령이 미국이 하자는 대로 `예, 예’ 하길 한국국민이 바라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남북간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군사협상을 할 때도 한국군이 작통권을 갖고 있어야 대화를 주도할 수 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은 80년대 대학가를 휩쓸었던 NL계열 운동권들의 교리(敎理)를 생각나게 한다.

이들은 ‘작전통제권도 없는 우리나라가 무슨 자주독립국인가. 우리는 스스로 민족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는 비참한 식민지 신세일 뿐’이라고 읊어댔다. 노 대통령의 사고가 극단적 반미주의는 아닐지언정 미국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욕망은 이들을 능가하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탈미(脫美) 자주’를 집착하게 된 원인이 궁금해진다. 기자는 잘못된 대북관에 원인이 있다고 보는 편이다. 참여정부는 북한의 체제위기를 해소해주고 경제지원을 하면 개혁개방으로 나올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과 달리 북한의 핵포기와 개혁개방으로 유도하겠다는 참여정부의 ‘야심찬 포부’는 별다른 결실을 맺지 못했다. 9.19 공동성명은 북한의 불이행으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능력도 안되면서 미-북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던 참여정부는 좌절감과 한계를 느꼈고, 그 절반의 책임을 부시 행정부에게 돌렸다. 미국의 ‘대북 강경드라이브’가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북한 핵개발은 일리가 있고, 북한에 더 많은 양보를 할 생각이며, 미국이 대북 강경책을 쓰면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에서 이러한 대북(對北), 대미(對美) 인식은 잘 나타나 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이 과도하게 미국을 의식하지 않게 되면 핵문제를 포함해 남북관계 전반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고 본다. 남북간 신뢰를 기초로 북한의 개혁개방도 이끌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것이 바로 노 대통령이 주장하는 ‘탈미’의 요체이다.

노 대통령의 ‘작통권은 자주국가의 꽃’이라는 폐쇄적 담론은 이러한 논리구조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무지와는 또다른 차원이다. 우리사회를 식민지로 보는 NL계열 운동권의 감성적 담론보다 오히려 작통권이 없기 때문에 ‘비자주국’이라는 대통령의 시각이 대한민국에는 훨씬 치명적이다.

DJ시절부터 이어온 대북 유화정책은 이제 그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난해 북한의 핵보유 선언과 이번 미사일 발사는 ‘우리 갈 길을 가겠다’는 확고한 의지 표현이다. 참여정부는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유화정책을 붙잡고 동맹을 버리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있다. DJ조차도 북한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판국이다.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우리민족끼리’와 한미동맹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근거 없는 낙관으로 김정일의 눈치나 봐서는 ‘인질’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

북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협력관계가 더욱 필요하다. 노 대통령은 작통권 문제를 따지기 전에 북한과 김정일 정권에 대한 자신의 관점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성경에 나오는 말처럼 제 눈에 든 들보부터 먼저 빼내야 하는 것이다.

신주현 취재부장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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