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남북정상회담 조기개최론 제동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7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두 정상이 만나는 것이야 물론 좋지만 이렇다할 성과도 내지 못하는 ‘회담을 위한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경주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 전망을 묻는 질문에 “무엇을 성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같은 뜻은 특유의 실용주의적 사고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 그 자체를 하나의 성과로 생각하고 너무 그것에 매달릴 때 오히려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또한 북핵문제가 ’9.19’ 6차회담 공동성명 도출을 계기로 해결의 전기를 잡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상황 판단도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북쪽이 나름대로의 전략이 있을 것”이라며 “북핵문제가 풀리기 전에 만나는 것이 북쪽에서는 유리하다고 판단할지 아닐지에 대해 확실히 판단을 못하고 있다. 북이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남북정상회담 조기 개최설이 최근 여권발(發)로 제기되면서 탄력을 받아오던 터에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회담 개최를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데 대해 ‘교통정리’를 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노 대통령으로선 지난 7월7일 청와대 편집.보도국장단 간담회에서 “남북정상회담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북핵문제를 풀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데 전략적으로 유효하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에서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는 특히 회담의 조기 개최를 촉구하거나 이를 바라는 열린우리당의 여론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지난달 1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당시 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장은 “북측은 하루라도 빨리 2차 남북정상회담에 나서야 한다”면서 북측의 결단을 촉구한 데 이어 김재홍(金在洪) 의원은 20일 “빠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 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낙관한다. 현재 이 문제와 관련해 북측과 이야기가 잘 진행되고 있다”며 치고 나갔다.

여기에 최근에는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회담) 장소가 본질에 우선할 수 없다. 적절한 시점에 2차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나서 조기 개최설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이 문제에 관한 지론을 강조함에 따라 회담을 둘러싼 ‘과열’ 조짐은 당분간 잠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 관해서는 우리는 언제나 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북측이 답방 약속에 응하거나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북핵문제 해결의 로드맵이 확정되는 등 남북관계의 결정적인 모멘텀이 마련되지 않은 한 조기에 열리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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