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北核인식, 중대 오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오후(한국시각 14일 새벽) 북핵문제와 관련, “북한은 핵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면서 “(이 점에 대해)미국과 북한은 본질적으로 의견이 일치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중남부지역 동포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북한은 안전보장하고 관계정상화를 지원해준다면 핵을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했고, 미국도 순서만 약간 바꿔 북핵만 포기한다면 다해줄 용의가 있다고 했으니, 단지 순서만 갖고 다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포괄적인 북핵문제를 보는 노 대통령의 기본 관점을 드러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북핵문제는 결국 이를 바라보는 기본관점이 무엇이냐에 따라 해결책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 북핵관점 잘못되었다

노 대통령은 “체제를 보장해주고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한다면 핵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는 김정일 정권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있는 듯하다. 이 때문에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미-북 간에 순서만 가지고 다투고 있다”는 ‘결론’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노 대통령의 이 관점은 잘못되었다. 김정일 정권은 핵을 포기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핵보유국’이 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만약 김정일 정권이 핵보유국이 되려는 목표를 수정한다면 ‘조건’만 맞으면 협상을 통해 핵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의 목표가 핵보유국으로서의 국제적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 핵은 결코 ‘협상용’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협상용 핵과 보유용 핵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 여기에 노 대통령의 북핵 인식에 중대한 오류가 발견되는 것이다.

김정일은 핵 보유국이 목표

북한의 핵이 협상용이 아니라 ‘보유’가 목표라는 사실은 지난 40여 년간 북한 정권의 핵개발 역사와 93-94년 제1차 북핵위기의 전 과정을 훑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만약 협상용이라면 94년 제네바 합의를 지켜야 옳은 것이고, 또 현재 북한 당국이 말하는 것처럼 핵을 매개로 한 미-북 관계개선이 최종목표라면 2000년 말 미 클린턴 대통령의 초청 때 김정일이 미국을 방문했어야 앞뒤가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김정일은 제네바 합의도 지키지 않았고, 미국과의 최종 관계개선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이는 김정일 정권의 핵목표가 협상용이 아님은 물론, 최종적으로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아니라는 사실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 최종 관계개선을 하려면 핵폐기 수순으로 가야 하는데, 핵이 소멸된 김정일 정권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이 같은 사실은 아마도 김정일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김정일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 남한, 일본, 중국, 미국과의 협상과 협박을 되풀이하면서 경제지원을 타내고 자신의 체제를 연명해나가는 방법 외에 달리 방도가 없는 것이다. 이 점에서 김정일의 정권유지와 핵보유는 운명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먼저 김정일의 핵목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목적과 수단, 정확히 분별해야

사족(蛇足)이지만, 노 대통령은 책을 열심히 읽는다고 한다. 북한의 핵전략이나 김정일에 대한 책은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1차 북핵위기의 과정과 북한의 핵협상 전술에 대한 책이라도 읽어보면 김정일 정권의 핵목표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김정일 정권의 핵목표를 알게 된다면 정부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노 대통령이 책을 읽는 ‘최종목표’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책을 읽는 목적은 지식습득 그 자체가 아니라, 습득된 지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책은 ‘수단’이고 문제해결이 ‘목적’이다. 물론 책읽기는 이 두 가지를 포괄하지만, 어디에 더 ‘무게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책읽기의 가치가 달라진다.

들리는 얘기로는 노 대통령은 각 분야 전문가들을 불러다 토론을 즐긴다고 한다. 그런데 토론시간의 3분의 2가량을 노 대통령이 차지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만약 사실이 그렇다면 대통령이 바쁜 시간을 쪼개 가며 전문가를 부를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대통령의 책읽기의 목표가 ‘나도 많이 안다’는 점을 전문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국정 현안의 문제해결에 있는 것인지, 또 둘 중 어디에 무게중심이 더 실린 것인지 궁금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책읽기와 토론의 목적이 ‘지식자랑’에 더 무게가 실린 것이 아니길 바란다.

손광주 편집국장 sohnkj21@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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