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使·政 ‘복수노조·전임자 임금금지’ 대격돌 예고

올해 노동계 최대 현안인 ‘복수노조·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를 놓고 노·사·정(勞·使·政)이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향후 격한 대립이 예고되고 있다.

‘복수노조·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한 사업장 내에 여러 개의 노조가 존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기업이 노조 전임자에게는 임금 지급을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조항이다.

이 두가지 조항은 1997년 여야 합의로 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규정돼있으나 노사의 반발로 세 차례에 걸쳐 시행이 유예, 별도의 법 개정 조치가 없으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복수노조 인정,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라는 ‘원칙’을 거듭 강조하면서 2010년 1월 1일부터 반드시 시행할 것이라고 노동계와 경영계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양 진영은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정부는 이미 13년간 유예해온 문제이기 때문에 더 이상 실행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외국에서는 ‘복수노조 인정’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원칙은 미국과 일본,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이라면 ‘불문율’로 여겨지고 있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도 취임한 뒤 시장경제의 원칙이 노조에도 적용돼야 한다며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를 무조건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해 왔다.

이에 대해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8일 “정부가 노동자를 벌레처럼 여기는 사람들, 즉 자본주의 경제논리만을 가진 이들과 밀실에서 노조 말살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결국 정부가 우리를 투쟁으로 내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한국노총은 현재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관련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민주노총을 포함하는 6자 대표자 회담을 제안했다. 또 한국노총은 오는 15일 열리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정책연대 파기 결정을 지도부에 위임 받고, 12월 중으로 파기 선언 및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도 한국노총의 이 같은 행보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총력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계가 ‘투쟁’국면으로 전환하자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경제5단체 회장단은 이날 긴급회동을 갖고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단체장들은 복수노조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복수노조 문제의 가장 큰 쟁점은 ‘교섭창구 단일화’다. 이와 관련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는 최근 공익위원안으로 ‘한 사업장 내 노조들끼리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교섭대표제에 의해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사실상 정부 입장인 이 안에 대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복수노조는 허용하면서 교섭권은 봉쇄하는 것”이라며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복수노조 허용은 특정 노조의 독점을 국가가 보호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에서 옳은 방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복수노조의 출현이 ‘생산적 경쟁’을 유발하면 긍정적이겠지만, 노조의 권력화가 극심한 현실에선 ‘투쟁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금 금지 문제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노사자율 결정’을 주장하지만 재계에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면서 임금지급 금지를 반드시 관철시킬 태세다.

이에 대해 노사정위에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중재안으로 노조전임자의 노조업무 활동시간(근로자의 고충처리, 단체교섭 시간)을 유급으로 인정하는 ‘타임오프제’를 내놓았지만 재계와 노동계 모두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전문가들도 ‘타임오프제’가 오히려 노조의 ‘편법’을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실에서 노조활동 범위를 한정하기 어렵다는 것. 때문에 노조전임자의 임금을 회사에서 지급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조합비에서 급여를 지급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권력화’ 경향이 극심한 노동조합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선 복수노조 인정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노동계와 재계 등의 입장차를 조율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일괄 추진할 경우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우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시행하고 이후 복수노조 문제 등에 대해 ‘연착륙’을 시도해야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로 노조의 권력화를 완화시킨 이후에 복수노조 도입이라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노조 집행부는 조합원들과 함께 일하고 근무 후 봉사하는 ‘특권해소’ 방향으로 복수노조 제도를 안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홍 이사는 “노조 전임자의 임금지급 금지법이 시행되면 파업 만능에 정치투쟁 과잉인 노조 문화의 원초적 뿌리라 할 수 있는 노조 권력화에 대한 견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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