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핵가진 北과 평화협정 체결안할 것”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일 “우리는 핵을 가진 북한과는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선(先) 비핵화.후(後) 평화협정’ 기조를 재확인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비핵화 전에 평화 협정을 결론짓지 않는다는 이해 하에 평화체제 협상이 잘 준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또 평화체제 논의와 관련한 당사국 고위급 회동 가능성과 관련, 선 비핵화 원칙을 거듭 강조한 뒤 “미국은 불능화 직후 북한이 핵폐기 단계로 움직일 때 평화체제 논의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여러 아이디어들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이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분명히 했다.

특히 6자 외교장관 회담 등을 계기로 평화체제와 관련한 ‘상징적 제스처(symbolic gesture) ’를 보여줄 필요가 있겠느냐는 질문에 힐 차관보는 “상징적 제스처는 그동안 많았다”면서 정치적 이벤트 보다는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에 전념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힐 차관보는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에 언급,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는 것은 그 나라가 더 이상 테러 행동에 관여하지 않고 테러단체를 지원하지 않는다는데 대한 확인”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그에 대한 선언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며 우리는 그 선언을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북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길 희망한다”고 전제한 뒤 “단 북한이 어떤 형태의 테러 행동에도 관여하지 않고 테러 단체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과 테러 관련 유엔 규약 및 국제 반(反) 테러 기준을 충족했음을 확실하게 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는 ‘일본인 납치문제가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의 전제 조건이 될 것이냐’는 질문에 “테러지원국 리스트는 미국에 의해 정해진 미국의 명단으로, 어느 나라를 추가하거나 빼는 것은 우리의 법적 기초에 따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일본인 납치 문제가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힐 차관보는 또 “불능화 이행팀이 오늘(2일) 또는 내일 영변을 방문한다”면서 “우리는 한국 전문가들이 어느 시점에는 불능화 과정에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일정에 언급, “연내에 6자 외교장관 회담을 하게 되길 바란다”면서 “6자 외교장관 회담을 하게 된다면 회담 1~2주 전에 6자 수석대표들이 모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는 미국 불능화 이행팀의 방북을 계기로 본격 개시된 북핵 불능화 및 신고 단계의 이행 계획을 1시간여 협의했다.

중국을 시작으로 동북아 3국을 돌고 있는 힐 차관보는 이날 오후 일본 방문길에 올랐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