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평양체류 연장..협상 긍정신호 관측

북한과의 핵 검증 협의를 위해 방북한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평양 체류 일정이 연장되면서 북한과의 협의가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이 지난달 2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일주일 뒤 재처리시설에 핵물질을 투입하겠다’고 통보했지만 그 뒤로 8일이 지난 2일 현재까지도 이를 실행에 옮겼다는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분위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힐 차관보는 당초 2일 귀환할 예정으로 1일 방북했지만 체류 일정을 연기했으며 3일 귀환할 지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외교 소식통은 “적어도 북한과 미국 간에 진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까지 핵 검증 협상에 미온적이었던 북한이 협상에 성의있게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협상이 진전을 이룰 지를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북한이 협상에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면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서는 스타일이라는 점도 북.미 협의가 길어지는 점을 긍정적으로 해석케 하는 배경이다.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작년 3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6차 6자회담에서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조기 귀국한 바 있다. 이날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군사실무회담도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자 1시간30분만에 종료됐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미국이 제안한 내용에 관심이 없었다면 힐 차관보를 붙잡지 않았을 것”이라며 “검증방안에 대한 진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며 북한이 미국 측에 검증체계와 관련한 역제안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힐 차관보가 협상 상대인 김계관 부상을 넘어서는 고위관리를 만나기 위해 체류 일정을 연장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 대상이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데다 급도 맞지 않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외교분야의 실세인 강석주 외무성 부상일 가능성은 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을 설득할 다양한 방안을 들고 방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이 1일 브리핑에서 “검증체계에 변화를 준다든가 하는 관점에서 새로운 제안을 들고 간 것은 없다”고 말했지만 `철저한 검증’이라는 원칙은 지키면서도 북한이 관심을 가질만한 방안이 제시될 것이라는게 소식통들의 전언이었다.

외교 소식통은 “힐 차관보가 샘플채취와 미신고시설 방문 등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다소 유연해진 협상안을 들고 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증에 대한 북.미 간 인식 차가 적지 않아 합의에 이를 수 있을 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미국은 북한이 지난 6월 제출한 핵 신고서를 철저하게 검증하기 위해서는 샘플채취와 미신고시설 방문 등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북한은 이를 두고 `강도적 사찰’이라고 비난하며 맞서왔다.

정부 당국자는 “힐 차관보의 평양체류 연장만으로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힐 차관보가 귀국한 뒤에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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