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테러지원국 명단서 北 삭제하고 싶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북(1일)은 북한의 초청에 의한 것으로 30일(현지시각) 확인됐다.

힐 차관보의 방북과 관련,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 장관은 전날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누하이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기 전에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힐 차관보에게 방문할 것을 초청했다”고 밝혔다고 이날 미 국무부가 전했다.

그러면서 라이스 장관은 “검증체계 문제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인 만큼 검증체계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있길 바란다”고 했다. 또 “검증의정서 문제에 대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북한이 어떤 말을 할 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힐 관보는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는 공항에서 “내일 방북할 예정”이라며 “검증체계에 합의해 2단계(불능화 및 신고)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힐 차관보는 “뉴욕채널을 통해 검증체계에 대해 협의를 해오다 평양에서 만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 방북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에서 얼마나 머물지는 모르지만 방문을 마친 뒤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방북을 수용한 것이 긍정적인 신호냐’는 질문에 “며칠 뒤면 그에 대해 답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 우리의 의무를 완료하고 싶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시설을 재가동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가정적인 질문에는 답하고 싶지 않으며 우선은 검증체계 협의에 집중하고 싶다”며 지금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예전에도 이런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 평양에서 협의가 어떻게 될 지 두고보자“고 말했다.

그는 북측에 전할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나 편지는 없다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는 10월 1일 판문점을 거쳐 육로로 방북한다.

한편, 미국 정부는 30일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의 북핵 신고내역 검증문제와 관련해 검증계획을 ‘6자회담 당사국들’에게 제출하기를 바란다고 언급, 미국 정부의 입장변화 가능성을 내비쳐 주목된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힐 차관보의 북한 방문에 대해 “우리의 바람은 그들(북한)이 6자회담 당사국들에 우리(미국)가 요구했던 검증체계를 제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의 유력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8일 북한 핵문제 해결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온 검증체계 구축방안과 관련, 미국은 북한이 중국에 검증계획을 제출하는 절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