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 6자회담 ‘준비’ 강조의 속내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베이징 도착 당일인 20일과 21일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과 모두 4-5시간에 걸쳐 2차례 회동한 후 기자들에게 회담 재개를 위한 ‘준비’가 중요하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24시간 가량의 베이징 ‘반짝 방문’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6자회담 재개 시기를 “이르면 12월 초순”이라고 말했던 힐 차관보는 21일 오후 베이징을 출발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회담이 아마도 12월 중순에 열릴 것으로 믿는다”고 비교적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힐 차관보는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점은 회담이 잘 계획돼야 한다는 것이고 내가 여기에 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나는 중국측과 6자회담 ‘준비’에 관해 논의하고 우리가 6자회담 재개 방법에 동의한다는 점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자신과 우 부부장이 “아주 좋은 논의를 했다”면서 “앞으로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과 더 협의해 회담이 재개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으며, 회담이 잘 계획돼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가 준비를 강조한 것은 회담 의제와 진행방식 등 사전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다시 회담을 재개할 경우 자칫하면 상호불신과 동상이몽 속에서 시간만 끌다 아무런 실질적 진전이나 성과 없이 오히려 사태 악화를 초래하는 등의 전철을 다시 밟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북 금융제재 해제문제는 미리 확실하게 합의를 보지 않을 경우 그것을 어떤 형식의 회담에서 어떤 방향으로 논의할 것인가를 두고 북·미 양국이 다시 첨예하게 대립해 회담의 진행에 장애물이 될 개연성이 없지 않아 이를 제거한 후 회담을 개시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포함한 북·미·중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지난달 31일 베이징에서 전격적으로 회동, 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기에 재개하기로 합의했으며, 다음날 북한은 회담이 재개될 경우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한다는 전제조건 하에 회담에 복귀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무조건 6자회담에 복귀하면 금융제재 해제 문제를 본 회담과는 별도로 실무그룹 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북·미 사이에서 중재외교를 벌이고 있는 회담 의장국 중국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동결된 북한 계좌 일부 해제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수석대표의 이번 회동에서 합의한 회담 재개 일자가 언제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장위(姜瑜)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다수의 회담 참가국들이 조속한 회담 재개를 바라고 있다”면서 “회담 재개 일자와 관련해 우리는 현재 여러 방면에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일 3국 수석대표들은 지난 1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나 12월 중순 이전에 회담을 재개할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한다는데 합의한 바 있고 중국도 가능한한 조속히 회담을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어서 구체적인 개최 일자는 북한의 결정 여하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마카오 금융당국과 중국 외교부에 의해 부인되기는 했지만 BDA가 동결 북한 계좌 가운데 일부를 해제했다는 보도에 대한 확인 요청에 힐 차관보는 “모르겠다”고 답했으나 두 차례에 걸친 우 부부장과의 회동에서는 북한의 회담 복귀 전제조건인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힐 차관보가 우 부부장과 회동한 후에 12월 중순 회담 재개를 비교적 낙관적으로 전망한 것은 아직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금융제재 해제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았거나 북·미 양국 간에 어떤 형태로든 의견접근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8일 하노이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게 북핵문제 교착상태 타개를 위해 힐 차관보의 방북을 제의했다는 설에 대해 “실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6자회담을 계기로 북.미 관계에 극적인 변화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힐 차관보가 우 부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간접적으로 북한측의 방문 초청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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