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 회견 통해 본 北·美입장

제4차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1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6자회담 휴회 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힐 차관보가 이번 회담의 논의 및 진전 사안을 비교적 상세하게 밝힘에 따라 이를 중심으로 북.미 양국의 입장을 짚어본다.

▲회담 의제=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삼고 있지만 미국은 ’북한의 모든 핵’을 염두에 둔 반면 북한은 미국의 핵위협 제거를 위해 자신들의 핵무기뿐 아니라 남한과 주일미군기지를 포함한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주장하고 있다.

힐 차관보는 6자회담이 타결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일단은 경수로를 포함해 핵의 평화적 이용권을 주장하지 말고 기존의 모든 핵프로그램 해체에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측 수석대표단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7일 “중요한 것은 우리에 대한 핵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조선반도 비핵화는 우리가 핵무기를 내놓은 것으로만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의무, 남측의 의무도 이행할 때 실현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적 핵활동 = 양국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회담의 최대 쟁점이다.

김 부상은 9일 평양 귀환 직후 가진 신화통신사와 회견에서 평화적 핵프로그램을 보유할 권리가 있고 이는 정당한 요구라며 “미국은 우리의 평화적 핵 프로그램을 받아들일지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4일 베이징 북한 대사관 정문 앞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에서도 “세상의 모든 나라들이 평화적 핵활동을 하는데 왜 우리만 할 수 없겠느냐”고 항변한 데 이어 7일 휴회결정 관련 회견에서 “미국이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리라고 기대했는데 아직 그러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의 정책변화를 촉구했다.

반면 힐 차관보는 “평화적 핵이용권은 잘못된 의제”라며 “(경수로 건설에)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 아무도 건설하려 하지 않는 가설적인 전력원에 대해 논의하는 것보다는 북한을 어떻게 (전기로) 밝힐 수 있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평화적 핵이용권에 대한 참가국의 입장에 대해 양국이 서로 다른 5대 1 구도 주장을 펴고 있는 점.

힐 차관보는 경수로 문제에 대해 “북한에 어떠한 원자로도 없어야 한다는데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분명히 같은 입장을 취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부상은 4일 “6자회담에 참가국 모든 대표단이 우리의 이런(평화적 핵활동) 입장을 지지 공감하고 있다”며 “(참가국 가운데) 한 나라만이 반대하고 있지만 끝내는 지지하게 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북보상책 = 김 부상은 4일 비핵화 상응 조치와 관련해 “미국은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관계정상화를 통해 우리가 신뢰감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휴회 직후 회담에서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힐 차관보는 “에너지와 경제수요 충족 방안, 양자관계 정상화, 북한의 경제발전을 도울 수 있는 국제기구들을 포함한 국제관계 정상화” 등을 예시하고 “상당히 포괄적인 목록”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그동안 잘못된 행동에 대한 그 어떤 보상도 없다고 주장했으며 2004년 6월 3차 6자회담에서 미국을 제외한 참가국의 중유 공급을 허용한다는 정도의 조금 진전된 입장을 보였던 만큼 이번에 제시한 핵폐기에 대한 보상은 엄청난 셈이다.

힐 차관보도 “북한측에 추가하고 싶은 게 있느냐고 물으니, 북측은 ‘제대로 망라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보상책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폐기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기타 =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큰 틀에 대해서는 공동 인식을 갖고 있다.

김 부상은 미국의 핵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법률적.제도적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힐 차관보 역시 “어떤 평화조약 체결 노력을 해볼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평화협정 협상이 아직은 잠재적이라는 점을 강조한 반면 북한 언론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핵문제 해결의 중요한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힐 차관보는 또 “경수로만 쟁점이 아니라 다른 쟁점들도 있으며 A, B, C 이슈 가운데 C에 불만이면서도 B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고, 모든 게 합의되기 전엔 어떤 것도 합의됐다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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