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 행보 주목…북ㆍ미 회동 하나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동선(動線)이 또다시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송금문제가 마지막 단계를 통과하고 있다는 관측이 무성한 상황에서 미국의 협상대표가 움직이자 “드디어 2.13합의 이행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힐 차관보는 오는 18일부터 25일까지 영국과 태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4개국을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라고 미 국무부가 14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1주일이 넘는 해외출장이 주목되는 이유는 BDA 문제 해결을 계기로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회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북한 공관이 있는 지역에서 북.미 양자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일각에서 는 힐 차관보가 동남아 일정을 마친 뒤 베이징(北京)으로 이동, 김계관 부상과 만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힐 차관보는 이미 지난 1월 다른 강연 행사 참석차 독일을 방문, 베를린에서 김계관 부상과 비밀 회동한 바 있다.

베를린 회동을 통해 BDA 문제 해결은 물론 6자회담의 주요 현안에 대한 북.미간 절충이 이뤄졌고 이를 바탕으로 2.13 합의 도출이 가능했다는 게 외교가의 중평이다.

따라서 힐-김계관 회동이 다시 성사될 경우 BDA 문제로 장기 교착상황에 처한 6자회담 국면을 극적으로 반전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정부 당국자들은 “오래전에 예정된 토론회(영국)와 차관보로서의 공식 일정(동남아 순방)을 소화하는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런 설명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현재 BDA 북한 자금을 중계할 미국내 금융기관을 찾는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고 이를 계기로 BDA 문제가 풀리면 북.미 양자회담이 열리며 그 사이에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 초청과 영변 핵시설 가동중단 및 폐쇄를 진행한 뒤 6자회담 개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보면 북.미 양자회담 성사가 갖는 의미는 커진다. 이런 시나리오에 따라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이 만나면 무엇보다 BDA 문제로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기 위한 `신속한 행동원칙’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2.13 합의의 첫걸음에 해당되는 초기조치를 신속히 이행하고 2단계 조치에 해당하는 핵시설 불능화를 위한 구제적 논의와 함께 핵 프로그램 신고 절차에 이르는 세부 로드맵을 그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시설 불능화와 중유 100만t 상당의 대북 지원을 명문화한 2.13 합의 이행 시간이 얼마나 단축될 수 있느냐는 결국 북.미 양자가 도출할 로드맵에 달려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지난 3월5~6일 뉴욕에서 만난 두 사람이 ‘연내 불능화 및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따라서 북.미 양자간 관계정상화를 위한 극적인 계기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함께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북.미가 사전 회동을 통해 연내 불능화의 밑그림을 그릴 경우 곧 이어 열릴 차기 6자회담의 의미는 그만큼 더 커질 수 있다. 그리고 일부 외교소식통들은 6자회담 직후 힐 차관보의 방북 가능성도 진지하게 거론하고 있다.

이미 김명길 유엔주재 북한 공사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힐 차관보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 “편리할 때 방북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15일 “북한과의 협상이 워낙 돌발적인 변수가 개입돼있기는 하지만 BDA 문제로 그동안 허비한 시간을 생각하면 이제 더 이상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BDA 자금 중계까지 미측이 수행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미국의 협상의지가 강한 만큼 북한도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