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年內 시작”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한국전 종전선언 시기 논란과 관련, “연내 한반도 평화체제(peace process) 논의가 시작돼야 하고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지난 26일 워싱턴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의용(鄭義溶)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모든 게 북한의 향후 비핵화에 달려 있지만 연내 평화체제 협상을 시작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면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워싱턴의 한 고위관계자가 29일 전했다.

힐은 특히 북한 핵폐기 문제에 대해 “북핵의 불능화 수준을 조금 낮추는 한이 있더라도 이미 약속한 2단계 조치를 빨리 끝내고 3단계로 가는게 중요하다”면서 “시퍼 주일 미대사가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파장이나 북한과 시리아간 핵거래설 의혹 등이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시작을 방해하진 못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 같은 발언은 힐이 지난 11일 호주 시드니연구소에서 “북한이 현재 보유중인 플루토늄 50㎏을 폐기해야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는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힐 차관보가 이처럼 진전된 태도를 보인 것은 최근 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을 주도하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자신에 대한 보수 강경세력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폐기 노력을 가속화, 한반도 비핵화를 조기에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앞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남북한 등 북핵 6자회담 당사국들은 이달 초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전면 신고를 목표로 한 베이징 6자회담을 통해 비핵화 2단계 조치에 잠정 합의했고, 10.3 합의문을 통해 이를 공식화했다.

힐 차관보는 그러나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정상회담을 갖는 것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강조,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이 참여하는 3,4자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먼저 하자는 청와대 입장과는 상당한 시각차를 보였다.

워싱턴의 고위소식통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힐 차관보가 30일쯤 베이징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집중 견제를 당하고 있는 힐 차관보가 김 부상에게 뭔가 가시적 성과물을 내놓으라고 종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미 민주당 의원들과 행정부 관리들은 정 의원을 만나 한국의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의 파병연장 논란과 관련, “우방인 한국이 이라크에서 병력을 철수시킬 경우 미국인들은 한국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라며 큰 우려를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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