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 한국서 묘안 찾을까

북핵 6자회담이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자금 송금 문제로 장기 교착에 빠진 상황에서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10일 방한한다.

동북아 3국 순방의 일환으로 서울에 오는 그는 12일까지 서울에 체류하면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한국의 대표적인 북핵 라인을 대부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1박하는 것과 달리 힐 차관보가 서울에서 비교적 긴 시간을 체류하는 것은 그만큼 논의할 내용이 중요하고 많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초점은 역시 BDA 해법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지혜 찾기에 쏠린다.

당국자들은 힐 차관보의 방한 목적에 대해 “우선 BDA 문제에 초점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미측이 BDA 관련 성명을 발표한 이후 20일 정도가 지났지만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하는 BDA 문제에 대해 힐 차관보가 `조급증을 드러낼 정도’라는 후문이다.

실제로 그는 몇차례에 걸쳐 낙관적인 발언을 했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북핵 외교가에서는 “힐 차관보가 자칫 양치기 소년이 되는게 아니냐”는 농담 섞인 말이 오가기도 한다.

힐 차관보는 여전히 낙관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8일(미국 현지시각) 워싱턴을 출발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10일까지 우리(미국) 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만족스런 형태로 자금 반환 문제가 전면 해소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힐 차관보의 이번 한.중.일 3국 연쇄 방문은 BDA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판 조율을 하는 1차적 과제와 직결돼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은 북한측이 택할 수 있는 해법 여러 가지를 제시해놓고 북한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에서 힐 차관보는 이 문제에 대해 `동병상련’을 느끼는 한국 고위인사들과 `진지한 분위기에서’ 해법찾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누구보다도 자신의 속사정을 잘 아는 `동업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힐 차관보가 서울에 체류하는 시기는 북한의 선택시점과 교묘하게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힐 차관보 스스로 BDA 문제가 완전 해결되기를 희망한 날(10일) 서울에 오는 만큼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신호를 확실히 할 경우 서울에서 힐 차관보는 ‘BDA 해법 이후 6자회담 재개문제’로 협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서울에서 논의된 내용을 갖고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서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결국 힐 차관보는 잠시 약화됐던 6자회담 모멘텀을 다시 살리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서울에 오는 셈이다.

한 당국자는 “‘2.13 합의’에 따른 초기이행 조치 시한이 불과 6일 앞으로 다가온 마당에 BDA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해서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BDA 문제만 해결되면 북한이 약속한 대로 ‘2.13 합의’에 따른 핵시설 폐쇄 등 초기조치를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회담 재개를 위해 사전 협의 등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일 힐 차관보가 서울에 있는 동안 북한이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 경우에는 ‘2.13 합의 이행 60일 시한'(14일)을 넘기는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힐 차관보는 4.14 시한연장에 대해 “시한 연장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으나 상황이 그의 희망대로 전개될 지는 불투명하다.

서울을 떠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간 베이징 회동 여부가 관심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