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 퇴장설에 외교가 `그럴리가..’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때아닌 ‘퇴장설’이 외교가에 돌고 있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1일 힐 차관보가 이번 6자회담과 북한 핵신고를 받는 것으로 북핵 문제에서 손을 떼고 자신의 후임으로 북한 방문 경험이 많은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을 천거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미 의회조사국 래리 닉시 박사는 “힐 차관보는 비핵화 3단계 회담이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힐은 비핵화 2단계 성취물을 손에 쥔 채 퇴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힐 차관보가 유력한 민주당 대선후보 진영으로 합류하기 위해 조만간 신변을 정리할 것이라는 소문도 제기하고 있다.

힐 차관보의 퇴진설은 올 초에도 제기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는 핵 신고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을 때였다.

게다가 힐 차관보가 당시 일본을 방문해 6자회담 일본측 수석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 아시아 대양주 국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핵 교착 국면이 지속되면 5~6월경 그만둘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고 이 내용을 사사에 국장이 지인들에게 전하면서 소문이 돌게 됐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그런 소문이 알려지자 힐 차관보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북한과의 핵 신고 협상에서 힐 차관보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과감한 행보를 하는데 대해 일본측이 ‘소외감’을 피력하며 힐 차관보를 견제하기 위해 ‘사임설’을 제기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분위기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 간 핵협상이 급진전되면서 이에 불만을 품은 강경파 세력과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테러지원국 해제를 반기지 않는 일본이 협상파인 힐 차관보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힐 차관보는 현재 조지 부시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 시리아간 핵협력 정보 발표로 협상이 고비를 맞고 있던 지난 1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연설 도중 “와줘서 고마워요, 크리스 힐”이라고 친근하게 언급하는 등 힐 차관보의 협상 노력을 공개적으로 치하해 눈길을 끌었다.

부시 대통령은 힐 차관보가 북한의 핵프로그램 포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6자회담에 “대단히 많이 관여하고 있다”고 치하하기도 했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일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서도 힐 차관보는 역동적인 모습을 과시했다는 후문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