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 방북 성사될까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북한 방문이 성사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21일 연합뉴스와 가진 특별회견에서 힐 차관보의 평양방문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 가능성은 한 번도 배제하지 않은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며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추측을 않겠지만 다만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준비만 된다면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힐 차관보의 방북은 북미간 단절된 대화가 복원되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성사될 경우 6자회담 재개의 교두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9.19 공동성명 이후 6자회담이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 데는 북미 양자대화의 부재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해제를 회담복귀의 전제조건으로 삼은 채 금융제재 문제 협의 등을 위한 북미 양자대화를 요구했음에도 미국이 ‘6자회담 틀’ 안에서만 북한과 양자대화를 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회담은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특히 9.19 공동성명 채택 후 두 차례 중요한 시점에 제기된 힐 차관보의 방북 카드가 불발에 그치면서 상황이 꼬였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북한은 지난해 9.19 공동성명 타결 이후 경수로 제공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북미 관계가 경색됐을 때 힐 차관보 방북을 제안했으나 막판 북미간 조율이 실패로 끝나면서 무산됐다.

당시 공동성명에 모호하게 언급된 대북 경수로 제공의 시기를 두고 북한의 선 경수로 요구와 미국의 선 핵포기 요구가 맞서면서 북미관계가 틀어졌을 때 힐 차관보의 11월 초 방북이 추진됐었다.

그러나 힐 차관보 방북의 전제조건으로 미측이 제시한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 가동중단 요구를 북측이 수용하지 않음에 따라 힐 차관보의 방북은 무산됐고 그 후 북미는 각자 제 갈 길을 가는 형국이 됐다.

북한은 이어 올해 6월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진실로 공동 성명을 이행할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면 그에 대하여 6자회담 미국측 단장이 평양을 방문하여 우리에게 직접 설명하도록 다시금 초청한다”며 힐 차관보의 방북을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매몰차게 거부했고 미국의 거부는 전 세계적 대북 압박 국면을 초래한 북한의 7월5일 미사일 발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힐 차관보의 방북 가능성을 언급한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은 6자회담 틀 안에서의 양자대화에 대해 최근 미국이 다소 신축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것과 무관치 않다.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의사만 보이면 북미 양자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해오고 있다.

힐 차관보가 최근 북측에 이 같은 전제 조건을 제시하며 이달 5~11일 방중기간 중국에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양자회동을 가질 생각이 있음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미국의 ‘신축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힐 차관보의 방북 성사 여부는 한미가 9.14 정상회담에서 추진키로 합의한 ‘포괄적 접근방안’의 성패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현재 뉴욕에서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힐 차관보간에 논의중인 ‘포괄적 접근방안’이 이르면 내주 중 한·미·일 3자에 의해 심화되고 북한이 이 방안에 관심을 보일 경우 힐 차관보의 방북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포괄적 접근방안’은 북한의 핵심 요구사항인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의 해법과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약속 및 핵폐기 의지 확인 등을 담게 될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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