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 발언 진의와 의도는 뭘까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북핵 제5차 6자회담을 앞두고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의 대한(對韓) 발언의 진의와 의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힐 차관보가 ‘9.19 공동성명’ 이후 같은 달 말 워싱턴에서 진행된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비공개 세미나에서 한국 역할론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동시에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방안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6자회담에서 돌아와 보니 한국 언론에 대규모 지원 얘기가 났던데 이는 차기 6자회담을 앞두고 대북 협상에서 다른 5개국의 입지를 손상시키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성명 타결 다음 날인 20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성공적 마무리가 중요하며, 남북문제 해결의 큰 안목에서 접근한다면 북핵문제 해결의 방법과 앞으로 비전이 나올 것”이라며 “북한의 경제발전을 도울 수 있는 포괄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감안하면, 힐 차관보의 발언은 노 대통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6일 일본 산케이 신문의 보도로 촉발된 힐 차관보의 이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9.19 공동성명후 시간이 갈수록 북핵 회의론이 세를 얻어가는 미국내 분위기를 감안할 때 힐 차관보의 ‘돌출 발언’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미 의회 대북 강경세력을 중심으로 공동성명 합의사항인 대북 에너지 지원에도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판국에 한국에서 대규모 대북 지원 얘기가 나오는 것을 두고 6자회담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가 부담감을 가졌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나아가 향후 6자회담 프로세스에서 ‘한국이 너무 속도를 내지 말라’는 경고일 수 있다는 해석도 없지 않다.

이와는 달리 발언장소가 자국 대북 전문가들이 참석한 비공개 세미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4차 6자회담은 미국에게 불리한 회담 아니었느냐’는 미국내 강경론자들의공격을 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발언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의도가 어떻든 우리 정부는 힐 차관보의 발언에 그다지 괘념치 않는 분위기다.

힐 차관보가 그런 발언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노 대통령의 진의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문제삼을 만한 일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판단인 듯 하다.

당시 노 대통령의 대북 지원 언급은 당장 대규모의 대북 경제협력을 만들라는 게 아니고 공동성명 이행방안이 합의돼 해결국면으로 간다고 했을 때를 대비해 준비하라는 것이지 당장 북한에 뭘 제안하라는 게 아니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또 경수로 제공 논란과 관련해 공동성명에 명시된 대로 ‘적절한 시점에 토론한다’는 기본입장을 갖고 여러가지 대안을 대해 생각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선택할 지는 관련국들과 논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아울러 6자회담 참가국들이 공동성명 채택후 지금까지 이행방안 마련에 주력해온 만큼 조만간 사전협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따라서 이르면 다음 주부터는 각국이 준비한 이행방안의 윤곽이 비칠 것으로 예상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