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 동북아 방문…뭘 논의하나

북한의 영변 5㎿원자로 가동중단 이후 북핵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23일 한국을 시작으로 중국, 일본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어서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특히 힐 차관보의 방한은 이른바 북핵 ‘6월시한설’과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이자 동아시아와 태평양지역 외교총책인 힐 차관보의 동북아 방문은 취임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동북아 방문의 주된 의제는 역시 북핵 해법 모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6월께로 예상되는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방미와 한.미정상회담 개최에 관해서도 의견 조율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힐 차관보는 23일부터 30일까지의 동북아 방문기간에 중국과 일본을 찾는 26∼28일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 서울에 머물 예정이다.

그는 25일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부 차관보, 반기문(潘基文) 장관,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만난다.

현재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박봉주 내각 총리와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의 중국 방문 이후 북-중 간에 심도있는 협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미.일.러 4국도 중국으로부터 협의 내용을 수시로 전달받으며 의견을 개진하는 방법으로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 행정부는 중국 측에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설득’에만 주력하지 말고 ‘압박’ 카드도 사용할 것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월 스트리트 저널에 보도된 것처럼 미 행정부가 중국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차단을 위한 경고메시지를 보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특별히 논평할 사항이 없다”고 확인하고, “그러나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북-중 협의가) 지금 마지막 문턱을 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이 시점에서 북-중 협의의 내용이 가장 큰 관심사일 수 밖에 없다”며 “따라서 힐 차관보도 이번 동북아 방문에서 중국을 통한 북한의 진의 파악에 가장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미.일.중.러 등 5개국은 북한이 영변 핵원자로 가동중단에 이어 핵재처리 돌입,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등의 추가조치를 취할 경우 북핵문제는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며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북핵 1차 위기의 경우 1992년부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한 핵시설에 대한 사찰문제로 2년여 지속됐던 북ㆍ미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1994년 5월18일 북한이 영변 5㎿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고 폐연료봉을 인출했고 IAEA가 다음 달인 6월6일 이사회에서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위기가 고조된 바 있다.

그 며칠후인 6월13일 북한이 IAEA를 탈퇴했고, 미 행정부는 6월15일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을 발표하고 북한의 핵시설 폭격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에 들어갔었다.

조기 한ㆍ미 정상회담 개최 추진도 이러한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영변 원자로 가동중단 발표 이후 미국 내에서 북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 경제제재, 북한 해상봉쇄 등의 초강경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부각되고 있고 북한은 이에 강력 대처하겠다고 맞서면서 북핵 긴장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급적 6월 전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을 통해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을 재확인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 행정부는 북핵 6자회담 후속회담 개최 지연과 관련, 아직은 “참을 만 하다”며 평화적, 외교적 해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영변 핵원자로 가동중단 이후 미 행정부 내의 기류변화가 심한 것으로 알려져 강경대응으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북핵 6월 위기설과 관련, 미 행정부는 공식적으로 “시한은 정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미국 내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을 중심으로 3차 6자회담이 개최된 지 1년이 되는 오는 6월까지 후속회담이 열리지 못한다면 대화가 아닌 유엔 안보리 회부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힐 차관보가 한ㆍ중ㆍ일 3국을 찾는다는 점에서 그의 동북아 행보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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