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 내달 1일 訪北…‘꽉’막힌 北核길 뚫릴까?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내달 1일 북한을 방문,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려는 북한 행동의 진의를 현장에서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30일 한국을 방문하는 힐 차관보는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문제를 놓고 의견을 조율한 뒤 다음날 바로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북한에 1~2일 정도 체류하면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등과 만나 검증원칙 및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로버트 우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9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이 최근 불능화 활동을 역행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는데 우려하고 있다”면서 “힐 차관보는 북한을 방문해 현장에서 직접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드 부대변인은 또한 “힐 차관보는 역내 협상파트너들과 협의를 갖고 북한의 행동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도 파악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6자회담이 진전될 수 있도록 북한이 핵검증체계를 제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힐 차관보는 북한이 의무사항을 다시 준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놓고 동맹들과 공조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이 검증원칙과 관련해 주장하고 있는 샘플채취와 미신고시설의 방문 등을 ‘강도적 사찰’이라고 비난하며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하는 한편 테러지원국 해제 유보조치에 반발해 재처리시설 재가동 방침을 천명하는 등 위기지수를 높이고 있다.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힐 차관보의 이번 방북에서도 성과가 없다면 부시 행정부 내에서는 북핵문제에 있어 더 이상의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30일 “북한으로서나 힐 차관보로서나 이번 직접협상이 향후 수 개월간의 북핵협상을 좌우할 중대한 이벤트라는 점은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미국 측도 북핵상황을 추가로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유연한 협상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미 북한이 관심을 가질만한 협상안을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검증안에 반발해 영변 핵시설에 대한 복구 조치를 강행하며 강경한 스탠스를 보이고 있는 북한이 힐 차관보를 초청했다는 것 자체가 그런 관측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관리들이 힐 차관보를 평양으로 초청했다”며 “이에 따라 미 정부가 필요로 하는 (북한의 핵폐기) 검증 규정(protocol)의 문제에 대한 논의 노력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북 테러지원국 삭제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북한이 검증원칙에 대해 미국과 잠정합의한 뒤 이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 측에 제출한다면 6자 차원에서 공식 의결되기 전이라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삭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역시 핵심은 검증의 내용으로 미국은 국내 여론과 검증의 실효성 등을 감안해 ‘샘플채취’와 ‘미신고시설에 대한 방문’이라는 두 가지 원칙은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미국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이 수용할만한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북핵 외교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영변 핵시설로 한정된 플루토늄에 대한 검증을 먼저 한 뒤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및 핵확산은 추후 검증하자’는 분리 검증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핵문제에 있어 2단계(핵신고 및 불능화)를 마무리했다는 외교적 업적을 위해 미국 대선이 끝난 뒤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보수 세력을 비롯한 여론의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 부시 대통령으로선 쉽지 않은 결정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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