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 김정일 위원장 만날까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다음달 3~5일께 두번째로 방북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그가 평양에서 누구를 만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에 힐 차관보가 만날 북측 인사의 급은 향후 비핵화 진전에 맞춰 이뤄질 북미관계 정상화의 속도를 가늠하는 데 하나의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힐 차관보의 면담 예정자 리스트에는 지난 6월 그의 1차 방북 때 만났던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포함될 전망이다. 당시 그는 카운터파트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논의하는데 대부분 시간을 보냈고 박의춘 외무상을 예방했었다.

외교가의 관심은 그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외교 브레인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을 만날지, 거기서 더 나아가 김 위원장을 예방할 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지만 일단 김 위원장을 면담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전망이다.

북미관계가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김 위원장이 다른 나라 외교부 직급 체계로 치면 국장급인 힐 차관보를 만나는 파격을 보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 예상이다.

또 큰 틀에서 북미관계가 전진하고 있지만 현재 신고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카드를 놓고 북.미가 치열한 ‘물밑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두 사람의 만남 가능성을 낮게 보는 요인이다.

시기적으로 지금이 북.미가 파격적인 정치 이벤트를 연출해가며 선물을 교환할 때는 아니라고 보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다만 변수는 이번 방북이 북한 측 초청에 의한 것이라는 점과 힐 차관보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갈 경우다.

만약 ‘비핵화의 중간에라도 김 위원장을 만날 뜻이 있다’는 등 내용을 담은 친서를 힐 차관보가 들고 간다면 김 위원장이 ‘특사 접견’ 차원에서 만날 수 있다는 시각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번 힐 차관보의 방북은 신고 문제를 돌파하려는 실무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이런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당국자들은 대체로 낮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힐 차관보가 강석주 부상을 만날 가능성은 있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특히 농축우라늄 프로그램(UEP) 신고 문제가 힐의 최대 숙제라는 점에 미뤄볼 때 강 부상이 힐 차관보를 만날 경우 ‘결자해지’의 그림을 만들게 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강 부상은 2002년 10월 지금의 힐 차관보 자리에 있었던 제임스 켈리 일행이 방북, 고농축우라늄(HEU) 의혹을 제기했을 당시 ‘그 보다 더 한 것도 가지게 돼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HEU의 존재를 시인한 적이 없다는게 북측 공식 입장이지만 미 측은 강 부상의 발언을 ‘HEU 시인’으로 간주하고 북핵동결을 지탱하던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폐기를 기정사실화했다는게 정설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 밖에 힐 차관보가 북 측 군부 인사들도 만나 핵폐기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소속 부처가 다르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실현성은 낮아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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