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 ‘강한 남자’로 변한 이유

그동안 대북 협상파로 분류됐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17-18일 서울에서 ‘강경 발언’을 쏟아내 관심을 끌었다.

힐 차관보는 17일 서울 도착 직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무모한 행동에 대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안보리 결의 1718호의 이행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일갈했다.

마치 북한을 응징하기 위한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전사’를 연상케 한 모습이었다. 그는 이어 자리를 옮겨 외교부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고 나와서는 이른바 북한의 2차 핵실험설과 관련해 “또 다른 핵실험은 매우 호전적인 행위”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해 `하고 싶은’ 말들을 직설적으로 쏟아냈다. 특히 “금강산 관광은 북한 정부 관계자들에게 돈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고 이른바 `금강산 거부론’을 숨기지 않았다.

사견이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그의 발언은 한국측을 당황스럽게 했다. 그렇지 않아도 금강산 관광에 대한 안팎의 비판적 여론에 시달린 정부는 `비둘기파’의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진 힐 차관보의 강성발언이 매우 아프게 들렸을 법했다.

한 당국자는 “지난해 9.19 공동성명을 발표하던 힐 차관보의 모습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변신’은 어찌보면 충분히 예견된 것일 수도 있다. 북한의 핵실험 전인 8월말 중국 베이징(北京) 등을 방문하던 그는 `상부의 지시’도 없이 북한측에 ‘만나자’는 연락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기다리던 김계관을 만나지 못한 힐 차관보는 중국을 떠나 서울에 와서 ‘울분과 분노’를 피력하며 북한의 ‘핵폐기 의지’를 강하게 의심했다는 후문이다.

그와 만났던 정부 당국자는 당시 상황과 관련, “지친 그의 모습은 `나도 이제 지쳤다. 워싱턴에 한번 가봐라. 이제 내가 설 입지가 없어졌다’고 말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힐 차관보는 상관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 앞서 사전협의 차원에서 서울을 방문했다. 따라서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고 당연히 강력하고 직설적으로 미국의 현재 기류를 전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미국은 유엔 결의 이행은 물론 코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를 의식해 대북 강경책을 밀어붙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그의 변신은 북핵 협상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는 “점점 입지가 좁아지는 힐 차관보의 모습은 역으로 북한내 협상파들의 위상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면서 “북핵 사태가 추가적으로 악화되지 않고 해결의 가닥을 찾아 다시 협상파들이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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