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 `북핵 고비’ 돌파구 여나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로 북핵문제가 고비를 맞고 있는 가운데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동북아 순방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져 외교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당국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힐 차관보는 이번 주말께 동북아 지역 방문에 나설 계획이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힐 차관보가 금주 말께 동북아 국가 방문길에 오를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방문일정이나 국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다만 ‘통상적인 방문’이라고 밝혀 동아태 담당 차관보로서 자신의 관할 지역을 방문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동북아 지역이라면 한국과 중국, 일본이 포함되며 물론 북한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의 면담, 그리고 이를 통해 차기정부의 한.미 관계 및 한반도 정책 전반에 대한 의견교환이 주목된다.

하지만 북핵 외교가의 시각은 역시 핵 프로그램 신고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고비를 맞고 있는 6자회담의 향배다. 즉, 힐 차관보의 이번 동북아 순방을 계기로 모종의 돌파구가 열릴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힐 차관보는 이미 지난달 초 평양을 방문해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까지 북측에 전달했으나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에서는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이나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잇따라 북한을 방문해 결단을 촉구했으나 북한측은 여전히 ‘없는 것을 어떻게 있다고 하느냐’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10.3합의의 이행시한인 연말까지 넘기면서 미국 내에서 6자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는 등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이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2일 “아직까지 북한으로부터 들은 게 없다”면서 “그들이 이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이유가 없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회의적”이라고 말한 것도 미국내 분위기가 미묘하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런 상황이 미국내 협상파의 대표격인 힐 차관보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힐 차관보가 동북아 순방길에 다시 한번 북한측에 미국내 분위기 등과 함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전달할 경우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현재의 교착국면이 타개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정부 소식통도 “힐 차관보는 언제 어디서든 6자회담 당사국과 양자회담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서 “이쪽에 온다면 해를 넘긴 시점에서 북한의 핵신고 등이 지연되는 상황을 타계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힐 차관보가 동북아 순방 기간에 베이징 등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날 가능성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일단 힐 차관보가 다시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지만 김 부상을 베이징 등에서 만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매코맥 대변인은 이에 대해 ‘현재로선’ 힐 차관보가 북한측과 어떤 접촉 계획을 갖고 있는 지 모른다고 밝혔다.

한 외교소식통은 “지난달 평양방문 이후로도 힐 차관보는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측과 소통해왔다”면서 “그가 이번 순방길에 김계관 부상을 만나 의외의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6자회담 참가국 사이에서 1월 중순 6자 수석대표회담을 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힐 차관보가 이번 동북아 순방을 통해 사전 정지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