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31일(현지시각) “인내심이 닳아 없어지고 있다”며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가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초조함을 드러냈다.
그는 이 날 한국 등 아시아 방문길에 오르기 앞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핵 신고가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이 같이 말하며 “쉽지 않은 협상”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힐 차관보는 이어 “(북미간 핵신고를 둘러싼) 견해차가 점점 더 커지는 게 아니라 작아지고 있다”며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 문제가 막후접촉을 통해 진전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달 13일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간의 제네바 회동 이후 북미 양측은 뉴욕의 유엔대표부를 통해 계속해서 접촉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는 또한 “북한이 다루기를 원치 않는 것까지 우리가 원하고 있어서 일부 합의가 안되는 부분이 있어 쉽지 않고 매우 어려운 협상”이라며 “이 문제를 진짜 해결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고 밝혔다.
1일부터 한국,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등을 9일간 방문할 예정인 힐 차관보는 아시아 방문 도중 북한 측과의 접촉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북한 관리들을 만날 계획이 없다”며 “언제든 북한측과 만나게 되면 그것(핵신고 문제)을 해결할 수 있는 회담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1일 오후 4시55분께 델타항공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다. 지난 2월25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수행해 방한한 지 한달 여 만이다.
그의 방문은 2일 ‘아시아소사이어티 코리아센터’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지만 방한기간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비롯한 당국자들과 만나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 지연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 진전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힐 차관보는 이날 입국 직후 천 본부장과 차기 6자회담 수석대표로 내정된 김 숙 전 제주도 국제자문대사 등과 만찬을 함께하고 2일에는 권종락 외교부 1차관, 이용준 차관보 등과 만날 예정이다.
그는 3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하며 이후 동티모르를 방문하는 등 한동안 아시아에 머물 예정이어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회동 여부도 주목된다.
한편, 미 국무부는 한국 정부를 겨냥한 북한의 적대적 발언들이 6자회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최근 언급들이 6자회담과 직결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어 “6자회담에서 미국의 초점은 북한이 완전한 신고를 하도록 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