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서울서 6자.한미관계 동시 협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자격과 함께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게 된다.”

일본을 거쳐 8일 오후 서울에 도착하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행보에 외교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 당국자는 힐 차관보가 ‘두가지 역할’을 동시에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달 초에도 남북한과 중국, 일본 등을 방문했던 힐 차관보가 이번에 다시 동북아 순방길에 오르는 사이 한국에서는 대통령선거가 치러졌고 10.3 합의 이행시한(12월31일)까지 핵 프로그램 신고가 이뤄지지 않는 등 두가지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도 당국자는 강조했다.

힐 차관보의 서울 일정 역시 6자회담과 한미관계 현안 논의 등 두갈래로 나뉜다.

방한 첫번째 일정은 6자회담 수석대표로서 역할에 방점이 찍힌다. 그는 도착 직후 6자회담 파트너인 한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시내 한 호텔에서 저녁을 같이하며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 등 고비를 맞고 있는 6자회담 진전 방안 등을 논의한다.

정부 당국자는 “10.3합의에서 규정한 핵 프로그램 신고 이행시한을 넘긴 만큼 향후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면서 “특히 ‘완전하고 충분한 신고서’ 작성에 머뭇거리고 있는 북한을 설득하는 방안 등이 주요 논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북한은 지난 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핵 신고를 11월에 이미 완료했다’거나 ‘수입 알루미늄관을 이용한 군사시설을 미국측에 참관시켰다’고 주장했으나 미 국무부는 다음날인 5일 ‘아직 북한의 정확하고 완전한 핵 신고를 받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힐 차관보 역시 7일 앞선 방문지인 일본에서 “북한은 핵프로그램 신고를 부분적인 것에 그치고자 하고 있다”면서 “부분적인 신고는 신고를 전혀 하지않은 것과 마찬가지다”며 북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북한은 현재 신고의 핵심이슈인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의혹에 대해 “알루미늄관을 수입은 했지만 UEP와는 관계없는 용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힐 차관보는 지난달 북한을 방문해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까지 북측에 전달하며 ‘적극적인 신고’를 촉구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미국내 강경파들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선 이후 한국의 국내 상황 변화로 북한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현재의 교착국면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보다 활발한 협상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핵 신고 결단을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이달 중순 이후 베이징에서 비공식 6자 수석대표회담을 열어 북한을 설득하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힐 차관보가 한국 방문 이후 찾게 될 베이징(10-11일)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힐 차관보는 이와 함께 10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예방,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만남은 힐 차관보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당선 뒤 처음 만나는 자리인 만큼 북핵 문제는 물론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포함한 한미관계와 동북아 정세 전반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힐 차관보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인수위 관계자는 “특사 자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의 대선에서 ‘실용외교’를 주창한 이 당선인이 승리한 만큼 힐 차관보는 ‘이명박 방식’의 새로운 한국 외교의 패러다임을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무엇보다 이 당선인이 지난 10년간 유지돼온 ‘햇볕정책’의 근간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과 관련, 차기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가 미국측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6자회담을 중심으로 한 협상 기조를 차기 정부에서도 유지해나가겠다는 입장을 이 당선인 측이 여러 차례 밝혀왔다는 점에서 기존의 한.미 협조관계가 재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한.미 FTA 체결과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 주한미군 재배치 및 전략적 유연성 합의 등 주요 현안도 논의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이 아직 상당 기일 남아있고 정권 인수인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도있는 얘기가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대신 미국측의 우호적 메시지가 전달되고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방문 계획 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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