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북핵 `신고’ 관문도 돌파하나

“미국 행정부 안에서 든든한 지지를 받고 있는 듯 하지만 현 6자회담 트랙이 제 궤도에서 한 발만 헛디디면 견제 세력에 의해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상황이다.”

북한 비핵화 2단계 조치인 핵 프로그램 신고와 핵 시설 불능화가 한창 진행 중인 현 상황에서 이번 주중 동북아 순방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자국 내 입지와 관련, 외교 소식통들은 대체로 이 같이 분석하고 있다.

힐 차관보는 작년 북한 핵실험 이후 조지 부시 대통령과 직속 상관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전폭적 지지 속에 2.13 합의-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에 이어 영변 핵시설 폐쇄-10.3합의 및 불능화 개시 등 가시적 성과물을 만들어 왔다.

특히 대북 강경론을 주장하던 `네오콘'(신 보수주의자)들의 퇴조가 두드러지면서 미 행정부 안에서 그의 입지는 어느 때보다 탄탄해 보이지만 여전히 그의 앞길에는 `지뢰’들이 놓여있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그 `지뢰’들로 북-시리아 핵커넥션 의혹과 `납북자 문제 해결 전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는 안된다’는 일본의 입장, 재가동에 1년 안팎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 불능화 수준에 대한 회의적 시선, 그리고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를 들고 있다.

이 중 시리아 의혹의 경우 폭발력은 커 보이지만 관련 정보가 미 행정부 안에서 철저히 통제되고 있어 아직은 `관리’가 되고 있고 일본 변수는 최근 후쿠다 야스오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미.일 간에 일정 부분 양해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불능화 수준을 둘러싼 논란의 경우 `불능화 협상에 시간을 끄느니 핵폐기 단계 협상으로 빨리 진입하는 것이 낫다’는 논리와 불능화의 구체적 조치를 비공개하는 전술로 어렵게 돌파해나가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북한의 신고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당초 지난 주로 예상됐던 북한의 신고서 제출이 25일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제출 시기 자체가 다음달 6일 열릴 것으로 보이는 6자 수석대표 회담으로 넘어간 양상이다. 그 배경에 대한 당국자들의 설명도 신통치 않다.

결국 6자 회담 당사국들이 현재 `신고’ 단계에서 진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이며 이런 이유에서 신고 문제가 힐 차관보 앞에 놓인 최대 난제가 되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간 갈등 속에 1990년대 초 제1차 북핵위기를 불렀던 플루토늄 생산량과 2002년 제2차 북핵위기를 초래한 농축우라늄 프로그램(UEP) 의혹에 대해 북은 신고서를 통해 답을 해야할 상황이다.

만약 북측이 신고한 플루토늄 총 생산량이 전문가들의 추정치인 45~50kg에 크게 못미치거나 UEP 의혹에 대한 명쾌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13 및 10.3 합의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은 물론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도 확산될 것으로 외교가는 예상하고 있다.

그 경우 힐 차관보는 현재의 북핵 프로세스에 반감을 갖고 있는 행정부 안팎의 강경파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피하기 어렵고 지금 누리고 있는 협상에 대한 재량권도 큰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신고 문제는 신고.불능화 이행의 상응조치로 미측이 내건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건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북측 신고가 부실하다는 평가가 나올 경우 힐 차관보로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도록 의회 등을 설득할 명분을 찾기 어려워진다.

힐 차관보가 12월6일 전후로 베이징(北京)에서 개막할 것으로 보이는 6자 회담 수석대표 회의를 앞두고 동북아를 방문하는 것도 신고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의 신고서 제출에 앞서 힐 차관보는 이번 동북아 방문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대면 접촉하고 플루토늄량과 UEP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지에 대해 담판을 벌일 것이라고 외교가는 예상하고 있다.

현재의 6자회담 프로세스가 유지되느냐, 급브레이크가 걸리느냐가 판가름날 중요한 시점에 이뤄질 두 사람의 회동 무대는 베이징(北京)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힐 차관보의 전격적인 2차 방북이 이뤄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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