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9일 북한의 핵신고 지연으로 6자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과 관련, “북한도 상황을 타개할 해법을 찾는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 북한 대사관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만난 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또 “북한에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하면 우리(미국)도 상응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고도 했다.
북한은 6자회담 10.3 합의에 따라 작년 12월까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개발 의혹과 플루토늄 추출량, 시리아와의 핵개발 협력 의혹 등에 대해 신고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아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북한은 2.13 합의에 명시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근거로 6자회담 교착의 원인이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관련국들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13 합의에서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신고에 맞춰 나머지 5개국이 중유 95만t에 해당하는 경제.에너지 지원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에 제공된 에너지는 전체의 4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
북한은 자체 중유 저장시설 미비로 관련국들의 중유지원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예당초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으나 핵시고 시한을 넘기면서 입장이 돌변한 상황이다. 또한 최근에는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대적성국교역법 해제 등의 선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은 완전하고 정확한 핵신고가 취해지기 전에는 북한에 대한 적대시정책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힐 차관보는 이날 “김계관 부상과 2시간 정도 신고문제를 포함한 핵폐기 2단계(신고 및 불능화)의 전반적인 상황을 점검하고 3단계(핵폐기)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면서 “3단계를 2008년에 마무리하려면 시간이 없다는 것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단계적 신고방안과 관련, “신고를 분할해서 받는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한 바 없다”고 잘라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번 북.미 6자 수석대표간 베이징회동의 성사배경에 대해 “뉴욕채널을 통해 베이징에 갈 것이라고 북측에 얘기했으며 오늘 아침에서야 북측에서 확답이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는 26일 평양에서 열리는 뉴욕 필하모닉의 공연을 계기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방북 가능성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뉴욕필 평양공연에 대해서는 “문화적 교류는 반드시 필요하며 (북미관계 진전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힐 차관보는 20일 오전 한.미 우호관계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으로부터 정부가 수여하는 수교훈장 광화장을 받는다. 이후 유명환 외교장관 내정자를 비롯한 차기정부 인사들과 회동한 뒤 오후 일본으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