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방한 이틀째 바쁜 일정 소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서울 도착 이틀째인 9일 빼곡한 일정을 소화한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자격과 함께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것이라는 외교가의 관측대로다.

힐 차관보는 오전 서울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으로 송민순 외교장관을 예방, 조찬을 같이하고 북핵 현안과 한.미 관계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두 사람은 한때 폴란드 주재 대사를 함께 지내고 6자회담 수석대표로서 ‘환상의 호흡’을 과시했던 명콤비였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일단 공직에서 떠날 것으로 알려진 송 장관과 힐 차관보가 ‘추억을 공유하는’ 시간을 잠시나마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힐 차관보는 오전 중 청와대에서 윤병세 외교안보수석과 만난 뒤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년간 북한 핵 문제와 6자회담 등 한.미 양국의 공조 등이 주로 화두에 올랐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힐 차관보는 자리를 옮겨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오찬 회동한다. 두 사람은 과거 힐 차관보가 주한 미 대사로 서울에 있을 때부터 친분을 나눠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12월 중국을 방문한 박 전 대표가 댜오위타이(釣魚臺)에 머물 때 같은 곳에 머물던 힐 차관보가 박 전대표를 찾아 조찬을 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며 힐 차관보가 6자회담에서 과다한 요구를 제시하는 북한 측을 설득하기 위해 예로 들었던 계영배(戒盈杯)가 박 전 대표로부터 받은 선물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 전 대표가 조만간 이명박 당선인의 중국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만큼 힐 차관보는 6자회담의 진전상황 등을 주로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힐 차관보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외교안보분과 간사인 박진 의원과도 만나 이명박 정부가 지향하는 ‘실용외교’의 원칙과 향후 한.미 관계 등을 놓고 의견을 교환한다.

무엇보다 이 당선인이 지난 10년간 유지돼온 ‘햇볕정책’의 근간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과 관련, 차기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가 미국 측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차기 정부의 외교정책 수립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점쳐지는 박 의원도 미국의 대북 협상원칙 등을 주로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명박 당선인의 취임 이후 미국 방문이나 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미국측 인사의 방한 문제 등도 협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힐 차관보는 또 심윤조 외교부 차관보와도 만나 지난 5년간 한.미 관계를 평가하고 차기 정부 출범 이후 한.미 관계의 지향점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 주한미군 재배치 및 전략적 유연성 합의 등 한.미 간에는 협의해야 할 주요 현안이 산적해있다.

힐 차관보는 서울 방문 마지막날인 10일에는 이명박 당선인을 예방,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중국으로 출국한다.

외교소식통은 “힐 차관보는 이명박 당선인 등장 이후 한.미 관계는 물론 한국의 대북 정책 변화 가능성 등을 탐색하고 차기 한국정부와의 새로운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것이 주요 방문목적”이라면서 “한미 동맹 강화를 주창하는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 설정 문제 등을 점검한 뒤 변화된 환경에 맞춰 미국의 대응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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